소설가 한강(54)이 세계무대 최고봉에 올랐다. 작가는 비극적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지만, 문학상에서는 이번이 최초다.
 
한국 문학은 노벨상 문학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고은 시인이 단골로 최종 후보로 거론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웃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오에 겐자부로(1994년)에 이어 2012년 중국의 모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 때 우리는 부러움을 삼켜야 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중·일 노벨문학상 삼국지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하게 됐다. 한강은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작가 한승원씨의 딸이다. 한승원 작가는 이미 한강은 나를 뛰어넘어 언젠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강은 1993년 시로, 94년에는 소설로 등단했다. 대중성 추구보다는 시적인 문체로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를 응시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한강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소설의 재료로 삼아 왔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써 왔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 사유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변방의 한국 문화가 세계로부터 당당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국제무대에서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의 성공 가능성은 일찌감치 점쳐져 왔다. 프랑스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틈만 나면 한강은 물론 황석영·이승우 작가의 작품성을 상찬했다.
  한강은 우리 작가들 가운데 노벨문학상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하며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 우리 문학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는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K팝에 열광처럼 뜨겁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통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국가적 쾌거이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 가운데 유일하게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에서도 벗어났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