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거주하는 학자, 언론인, 경제인들이 고국인 대한민국에 가칭 ‘한국 산업관(KIC:Korea Industrial Cluster)’을 짓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이 구상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됐고 최근 구체적인 연구보고서까지 만들어 이제는 본격적인 건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관은 산업박물관과 다른 개념이다.대한민국의 상품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고 상상력을 초월하는 기발한 발명품들이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신(새마을운동)도 세계를 평정하고 있다.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과 문화의 산물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축제를 상시 개최해 상품 거래는 물론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것이 산업관 건립의 목적이다. 산업 유산을 전시하고 그것을 멀뚱하게 관람하는 박물관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다.KIC 연구그룹은 이 산업관을 경주에 짓자고 제안하고 있다. ‘수도권도 아니고 산업도시인 울산이나 구미, 포항도 아닌 경주에 산업관이라니’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연구그룹은 경주 건립의 당위성에 대해 경주시가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중심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도시이니만큼 산업관을 찾는 국내외 관람객을 모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도시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2025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므로 국제도시 경주 비상을 위해 산업관 건립은 주마가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수도권에 서는 것보다 경주에 유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대형 국책사업이 될 산업관 건립은 사실 경주시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가죽은 보이 탐이 나고 범은 보니 무서운 형국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업관은 부지만 확보되면 그리 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 산업관 건물만 잘 지어 놓으면 각 부스에 입점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지자체와 문화단체가 자기 부스를 장식하고 홍보관을 차릴 것이니 예상 밖으로 적은 예산으로 건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KIC 연구그룹의 주장이다.KIC 연구그룹이 주목하는 부지는 구 경주역사다. 경주 원도심의 중심에 있고 경주의 주요 관광 인프라와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다. 물론 이 부지는 경주시의 재산이 아니고 문화재 발굴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걸려 있다. 하지만 경주시가 의지만 있다면 코레일과 적극 협의하고 최신 건축공법을 통해 지하 매장물을 건드리지 않고 건립하는 방법도 있으니 지레 겁을 먹을 이유는 없다.경주시에 한국 산업관이 선다고 가정해 보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도심의 침체를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고 세계인이 경주를 향해 줄을 설 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CES(국제가전박람회)와 같은 행사가 매일 열리는 것과 같으니 침체된 경주의 경제활성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 경주시민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논의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