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농산물 공급 불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여름 강원도 고랭지 배추는 폭염에 녹아내렸다. 수확량이 감소했으며 결구(배추 등 채소류 잎이 겹쳐 속이 차는 현상)가 부진해 상품성이 낮았다.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한 포기에 1만원에 육박해 '금배추'로 불렸다. 9월 소비자물가 작년 대비 상승률은 1%대로 떨어졌지만, 배추(53.6%),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 등 채소류 물가는 11.5%나 올랐다.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국제가격이 급등한 품목도 커피와 코코아(초콜릿 원료)에서 올리브유에 이르기까지 많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올해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고 그 여파로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보다 싼 로부스타 커피 가격도 아라비카만큼 비싸졌는데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에서 가뭄과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었다.기후플레이션은 여러 나라가 고민하는 문제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로존 같은 다른 나라는 먹거리 품목보다는 서비스 물가가 오른 것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일부 수입 품종 외에 대부분 농산물을 국내 수급에 의존해 농산물 수입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 비해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에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신 연구원은 농산물 수입 품목 확대에 대해 "농가의 생계가 달린 일이니 어려운 문제"라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배추 등 원예농산물을 중심으로 저온 저장시설 비축 확대, 스마트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은 장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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