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국가별, 선수별 명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로운 스타가 잇따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과거 세계를 석권했던 스포츠영웅들이 무섭게 달려오는 신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스포츠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항상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긴장상태이다. 국가별 경쟁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의 독주속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2,3위를 다투고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북한 우즈베기스탄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영광뒤엔 눈물과 땀이 마치 식물의 자양분처럼 켜켜히 쌓여 있다. 수영3관왕의 박태환은 슬럼프 이후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듯 인고와 훈련의 반복된 고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크다랗고 아름다운 국화꽃을 피워냈다. 장미란도 계속된 허리통증을 숨겨가며 절치부심,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태권도 이대훈은 수학능력시험을 금메달로 대신했고 고교생궁사 김우진은 세계신기록을 명중시켰다. 승리뒤의 에피소드도 많은 화제를 몰고 온다, 축구의 박주영은 소속구단을 설득시켜 아시안게임에 극적으로 합류, 매게임 골을 넣으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어 화제이다. 야구 추신수는 메이즈리그 영웅임에도 불구, 잃었던 한국야구의 명예회복을 위해 출전, 우승의 영광을 안아 개인적으론 명역면제의 혜택으로 2천만달러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얻게됐다. 사이클 남자53.4km 도로독주에 출전한 김형민은 당초 출전선수의 부상으로 대리출전, 첫대회에서 금메달의 행운을 차지했고 여자도로독주의 이민혜는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우승하는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사격에선 임신7개월의 주부가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이기고 2관왕에 우뚝섰다. 모두다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날에 있어 스포츠는 총성없는 전쟁이라 할 만큼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고 상업화되어 흥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세계적 스타로 각광을 받으며 연예인 못지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일부 인기종목은 프로로 전향,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다. 스포츠가 가져다 주는 카타르시스와 흥행성 때문이다. 같은 선수라도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아름다운 선수가 각광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도 많은 스포츠스타의 배출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골프는 이미 고교생들이 점령을 해버렸고 양궁, 태권도, 탁구등 많은 종목이 세대교체로 변환기를 맞고 있다. 이는 스포츠만으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돼 선수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어두운 면도 없지 않다. 일부 비인기 종목은 스타가 되어도 뒷그늘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아예 선수를 기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육상이 대표적 케이스이다. 지금은 쏟아지는 메달에 환호하지만 육상종목의 경기가 시작되면 우리육상의 후진성을 절감하게 된다. 아시아 존에서도 메달획득이 어려운 것이 우리 육상의 현실이다. 우리 엘리트 스포츠의 명암을 다시한번 절감하며 체육정책의 변화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최고가 되면 돈과 명예를 얻는 종목과 최고가 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종목에 대한 지원이 달라야 한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하지 않은 종목을 집중 지원하고 기초종목인 육상, 역도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 그래도 스포츠는 페어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짜릿한 승리가 진수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순수성에 주최측의 농간이 개입하거나 편파적 경기운영과 판정이 스며들면 재미는 반감된다. 특히 국가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 아마추어리즘의 범위를 벗어나면 스포츠정신을 잃게 된다. 지금 대만이 태권도에서의 판정을 문제삼아 우리나라 국기를 불태웃고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도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난 국가간 경쟁이 너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스포츠로 끝나고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조될때 더욱 값지다. 승리는 짜릿하고 감동스럽지만 패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않아야 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한편의 인간드라마 일 수도 있지만 추악한 거래로 변질 할 수도 있다. 원래의 올림픽정신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메달획득소식보다는 국가간 우호와 선수들의 감동스토리가 더 많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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