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여파로 16명이 직을 잃거나 수사 대상으로 불려 다니고 있어 군 지휘부가 마비된 상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자진 사퇴 한 뒤 구속됐고 다수의 간부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북 작전을 주도하는 핵심 부대인 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지휘부가 흔들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장관은 사퇴하고, 주요 사령관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일선에서는 유사시 누구의 명령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우리 안보와 직결된 전방 지역 군부대 수뇌부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군에서는 이날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직무 정지도 거론됐다. 박 총장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론이 나지 않지만,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의 직무 정지될 경우 군 수뇌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초유의 수뇌부 부재와 함께 누가 군 통수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논란까지 더해 군은 혼란 상태다. 국군통수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되면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이런 대통령 고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지 않았고, 대통령 고유 권한도 여전히 윤 대통령이 갖고 있다.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상태다.
 
계엄으로 인한 외교적 불신이 유사시 안보 불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하게 제기됐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최근 국민의힘 고위 인사를 만나 유사시 한국군 통수권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 당일인 3일 밤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조 장관이 받지 않았다고 한다. 조 장관은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끎)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동맹국인 미국조차 의심하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의 안보 협력은 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치안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경찰 수뇌부도 공백 상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퇴했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체포됐다. 안보·치안을 맡는 최고 책임자들의 동시다발적 부재로 국민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군과 경찰 모두 수뇌부 마비된 것은 6·25 전쟁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