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위암 발생 빈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가전제품의 발달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살이가 편리해졌다는 이야기다. 돌을 가려내고, 잘 씻어준 쌀이라서 전기밥솥에 붓고 버튼만 누르면 절로 밥이 지어진다. 솥도 씻을 필요가 없다. 물을 붓고 버튼만 누르면 솥이 자동으로 세척 된다.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것이 어디 전기밥솥뿐인가. 냉장고도 있고, 김치냉장고도 있다. 덕분에 4계절을 두고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섭취 할 수 있으니, 복이라면 큰 복이다. 김치냉장고는 1년을 두고 싱싱한 김치를 그대로 보관해주는 재주를 지녔다. 재주가 더 많기로는 냉장고를 꼽을 수 있다. 냉동, 냉장 두 칸으로 나누어진 냉장고엔 먹을 것을 잔뜩 채울 수 있다. 특히 냉동실은 칸칸마다 냉동식품을 보관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그러니 주부의 ‘음식 솜씨’란 옛말이 되었다. 그저 튀기고, 볶으며, 뜨거운 물만 부으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편리하고 신속한 세상이다. 웬만한 식구 한 달 분량은 냉장고에 담아 놓을 수 있느니, 이것들은 나름대로 또 하나의 우주로 존재하는 느낌이다. 이것만 주의 하면 된단다. 냉동 보관된 음식들이 세균 번식은 막아 부패를 막을 수는 있으나, 산화는 막지 못한다고 한다. 지방 덩어리 음식을 냉동실에 오래 놔둘 경우 냉동실의 산소로도 변질된다고 한다. 어느 경우엔 일 년치 먹을 참깨, 땅콩 등을 사서 냉동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위험하다는 경고를 무시한 처사다. 과연 이 냉장고에 과일, 채소, 생선 등을 양껏 사서 채워놓는 게 잘하는 살림살이인가. 답은 ‘아니다’가 정답이다. 냉장고에 들어간 과일의 신선도가 얼마나 유지될까. 특히 등 푸른 생선은 냉장고 속에 놔두면 산화가 빠르다고 했다. 제철의 과일이 영양가가 높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시(時)와 때와 양을 맞추고 조절하라는 주문이다. 사간과의 싸움으로 지쳐가는 현대인, 그 속성을 파고드는 상혼, 편리해진 가전제품, 넘쳐나는 생필품, 이것들과의 싸움에서 간단한 지혜로움이 있다고 했다. 소형 냉장고 소유란다.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먹으려면 냉장고가 작아야 된다는 것이다. 필자 집안에 들여놓은 냉장고가 품이 좁아, 대형을 구입하려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정이 들만큼 든 냉장고여서다. 버리려고 생각하니 아깝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코드가 잘 맞는 친한 친구 보다 편리함을 안겨주는 가전제품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도 냉장고를 청소하며 이런 노래를 불러본다. ‘그대 없이는 못살아’가 그것이다. 좋아해요 좋아해요 당신을 좋아해/ 저 하늘의 태양이 돌고 있는 한/ 당신을 좋아해/ 좋아해요 좋아 해 당신을 좋아해/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한 당신을 좋아해/ 그대 없이는 못살아 나 혼자서는 못살아/ 헤어져서는 못살아 떠나가면 못살아 재래시장에 가서 신선한 식재료 구입을 위해 발품을 팔면서, 그동안 냉장고에 의해 빼앗긴 가족의 건강을 보충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해본다. 주부는 집안의 간호사요, 친구요, 어머니요, 요리사인 터 이어서다. 냉장고에 맡겨두었던 먹거리, 이젠 안전과 신선도를 위해 우리 주부들이 발품을 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냉장고, 당신 없어도 난 잘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인지 갑자기 이 물음에 선뜻 답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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