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처했다. 이들은 금융권에서 1064조원 넘게 대출했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새해에도 희망이 가물가물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데다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정국 혼란이 길어져 소비 위축 현상이 더 심해지면, 빚 갚기를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빨리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29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1064조4000억원은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자영업자 대출을 종류별로 나눠보면 사업자 대출이 711조8000억원, 가계대출이 3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사업자 대출 잔액 역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3분기 말 현재 754조4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이들 177만4000명은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의 대출을 안고 있었다. 이들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3분기 말 총 1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연체율 오름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3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은행과 비은행 연체율(0.61%·4.74%)은 각 2014년 3분기(0.65%)와 2015년 1분기(5.16%) 이후 10년, 9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연체율(11.0%·4.37%)도 각 2015년 2분기(11.87%), 2014년 1분기(4.57%) 이후 가장 높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