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계절과 24절기가 분명한 한국의 겨울은, 입동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겨울의 참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12월 초인, 소설과 동지 사이인 장설(壯雪)이라는 '대설'에서 겨울의 추위가 온다고 한다.   겨울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추위이다. 추위는 추운 기운인 한기로, 추위를 탄다라는 말은, 추위를 쉽게 느끼고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러한 것이지만, 추위를 참고 견디기 힘든 사람은, 노약자, 환자, 야외활동하는 막벌이꾼과 노숙인이다.   겨울은 긴 계절이다.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섣달 그믐도 가까운 겨울밤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겨울의 모진 바람 속에 태고의 음향을 찾아 듣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지혜로운 자이다.   또한 어떤 이는, 겨울은 감기의 기침 같은 것이고, 땅속에 잠 같은 것이고 가을과 봄의 책장 사이에 끼어있는 무의미한 백지(흰 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계절이다. 겨울을 나는 것(비상)이 아니라, 부딪혀야 하는 것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잉태한 거대한 역설(주장)의 구근(알뿌리)이라 한다.   겨울이 익어가면, 강설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 봄소식이 자리한다. 바깥세상이 잠기면, 내부의 세계가 넓어진다. 겨울은 내면의 세계이다. 밤에도 겨울밤은 삭막하고 쓸쓸하다. 밤바람이 물결처럼 설레고, 회색 하늘이 잠시 멈춘 듯 침묵에 잠긴다.   어떤 시인은 꽃피고 만상이 소생하고 부활하는, 4월의 봄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인간이 살아온 그 자체가 번민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로 인정된다. 그러나 12월은, '감사의 달'이다. 용케도 일 년을 견디어 온 인내력도 대견스럽지만 유종의 미라는 자랑스러움이 앞서는 시간이다. 험하고 모질게 살아온 사람에게도, 봄은 있다. 봄은 위로의 여신이다. 반가운 계절이고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청포도' 시(詩)로 유명한 경북 출신 민족 시인 이육사의 '절정'이라는 시에, "매서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겨울이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 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 했다. 12월 고개를 잘 넘으면, 새봄은 기다림을 준비한다. 그래서 겨울이 긴 것은, 성숙함을 위한 망설임의 계절이고 대기(산기-출생)의 계절이다.초겨울에 찾아오는 불청객은 감기·몸살·호흡기의 이상 증세다. 특히 감기는 몸이 오슬오슬 추워지며 열이 나고 기침 또는 콧물이 나는 호흡기 계통의 염증성(세균으로 인한 통증)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뿔(감기 증세), 감모, 감수라 한다.    코감기는 통증보다도 훨씬 많은 시일과 고통을 주는 몸 전체가 추위를 느끼게 한다.우리 속담에, 감기까지도 남을 안 줄 정도로 몹시 인색하다는 말로-감기·고뿔도 남 안준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초기에 잡아야 한다. 몸살은 지나친 피로(과로)로 팔다리가 쑤시고 오한이 나는 증세다.   겨울 질환 가운데 가장 무섭고 위험한 것이 호흡기 증세이다. 호흡기는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으로 몸 밖에서 산소를 마시고, 신진대사로 생긴 탄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기관의 작용이다.  그리고 숨은 사람이나 동물이 코나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일과 그 기운이다. 추위와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 심장이다. 심장은 대장의 하나로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되는 기관으로 자루모양을 하고 있으며 내부는 두 개의 심방과 두 개의 심실(2심방 2심실)로 되어 있는 것으로 가끔 사물의 중심부를 비유하여 심장부란 말에도 쓰인다.   겨울 넘기기가 어렵고 힘드는 계절이라 눈·비가 나려 지구 뿐만 아니라 별도, 하늘도, 밤도 춥고 얼어붙은 대지는 미끄러워 낙상하기도 쉬운 장애물이 많은 계절이다.   인간의 역사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열(열기)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해를 건강하고, 건전하게 보낸 것에 깊은 감사를 가져야 한다. 갚아야 할 의무이지만, 아무도 기대할 권리는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 사람들에게는 풍부한 수확이 있다. 감사는 마음에 새겨둔 기억이다. 감사를 생각하고, 말이 아니고, 실천하는 자에게 봄이 먼저 찾아온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요, 부활의 계절이니, 봄은 기다리는 자에게, 그리고 두드리는 자에게 먼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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