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물가가 꿈틀거리고 소비심리는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경제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서민들은 명절을 앞두고 한숨이 깊어지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명절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대한민국은 급속 성장을 이루던 시절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제불황이 이어진다는 진단에 시달려 왔다. 잘나가던 시절에 비해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KDI의 판단이 나왔다. KDI는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 진단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견지해 왔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의 결과에 '불확실성 확대'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나온 것이다.
KDI가 꼽은 불확실성은 너무나 당연하게 국내 정치 상황이다. 탄핵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국가 신인도는 추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 경제적 상황이 온전할 리 없다.
경기 하방에 대한 위험 경고는 2023년 1월에도 있었다. 당시 KDI는 "대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됨에 따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의 환경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파장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하지만 그 환경은 시간이 지나 글로벌 경기가 호전되고 정부의 경제정책과 외교방향의 교정이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상황은 다르다. 주가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 지표가 요동을 치고 있지만 경제 심리는 얼어붙어 도무지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외국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국내 정국 불안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KDI는 이번 탄핵정국이 과거와 비교할 때 환율과 주가의 불안요소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고 짚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다소 위안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리 정치가 탄핵정국이 정리되고 안정을 되찾는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체포영장이 처음 발부됐을 때 일시적으로 환율이 내리고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지만 체포가 실패했을 때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던 것을 체험했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다. 이 혼란한 정국이 장기화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명약관화하다. 헌정질서 회복과 정의와 상식 등 화석화된 정치권의 상투어는 국민에게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불안한 밤을 뜬눈으로 보내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황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