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미모에 사교적이던 여인을 안다. 이런 그녀가 스스로 외톨이 되어가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아서가 아닌가 싶다. 이건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어쩌면 그녀에게도 적잖이 잘못은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 명문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 주위 사람들 앞에서 오만과 교만을 부렸으니 말이다. 인성을 제대로 갖춰야 명문대생 답지 대학만 좋은데 나왔다고 훌륭한 인품은 아니잖은가.
또한 요즘 세상 출신학교 및 사회적 신분이 인격의 가늠자는 아니다. 세상이 점차 기계화돼 가는 탓인지 몰라도 타인의 아픔을 진정 가슴으로 헤아릴 줄 알고 깊은 공감을 할 줄 아는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이라면 지나칠까.
종잇장처럼 얄팍한 언행으론 더불어 사는 세상, 그 어디에도 설자리가 없잖은가. 그러나 필자한테만큼은 재치와 센스로 늘 놀라게 하던 그녀였다. 그래 그 점은 정이 간다.
그 여인을 떠올리려니 이민규의 작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재미있는 책 내용이 생각난다. 특히'자주 보면 정이 들고 만나다보면 좋아 진다'에 눈이 간다. 파리의 에펠탑을 예로 하여,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과 정이 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889년 3월 31일 프랑스 대혁명을 맞아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세워진 에펠탑은 처음엔 흉물취급 받았단다. 당시 파리의 문인, 화가, 조각가들은 이 탑의 건축 설계도만 보고도 기겁을 했단다.
1만 5천여 개의 금속을 250만 개의 나사못으로 연결시킨 무게 7천 톤, 높이 320.75미터의 철골 구조물이 고풍스러운 파리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놓을 것이라며 수많은 시민들이 탑 건립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년 후에 철거하기로 시민들과 약속까지 했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디선가 읽은 이런 시가 생각난다. -'사람들아 바벨탑을 세우려 하지 말라./ 세울 수도 없거니와/ 사람이 모두 탑이니라.'-
그러고 보니 사람이야말로 그 어느 명물보다 가장 보배로운 존재 아닌가. 그럼에도 우린 걸핏하면 이것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만약 그때 에펠탑 건립이 취소 됐다면 파리의 명물인 이 탑을 어디서 찾아보랴 싶은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서울의 세종로에 이순신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다. 아무리 보아도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순신 동상은 더욱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그런데 주변에 하늘높이의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자 이동상은 오히려 더 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흉물로만 여겼던 에펠탑이 오늘날 파리의 상징물로 등극한 것은 순전히 심리학적으로 '근접성의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가까이 있을수록 정이 든다는 의미의 학설이다. 우리의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했다. 그러나 미운 사람은 가까이 있을수록 더욱 싫어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싫은 사람은 보면 볼수록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입증이 된다.
평소엔 안부 전화 한 통화 없다가 아쉬우면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있다. 절실할 때만 생각나고,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평소에도 한결같아야 한다.
이 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절로 입 안에서 흥얼거려진다.
 
 
헤이 헤이/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왜 강으로 스미어/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정들어 가는지를 으음 음/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비켜서지 않으며/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누가 뭐래도/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생략>
 
 
에펠탑이 파리의 귀부인이 된 것처럼, 무심히 지나쳤던 사람도 알고 보면 썩 괜찮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가 그랬던가.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미운사람, 좋은 사람 뒤섞여 사는 세상이지만 때론 잡초도 풀이기에 끌어안으면 전부 꽃일 수 있다고 말이다.
이와 같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은 사람도 너른 품으로 포옹하면 전부 내 편의 사람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겉치레에 익숙하기보다는 진정성을 갖고 상대방에게 다가갈 때 인간관계는 연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