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재학시절에 학도군사훈련단(ROTC)에 지원하여 소정의 장교후보생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과 동시에 포병소위로 임관하였다. 1966년 3월 19일에 육군포병학교에 입교하여 소정의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하고 동부전선 최전방인 포병부대에 배치되었다.
오른쪽에는 백암산이 우둑하고 왼쪽에는 대성산이 있는 적근산 아래 105미리 곡사포대인 C포대에서 비로소 초급장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협곡이라 일조량이 적은 부대이고 간첩이 침투하는 루트라서 인근 보병대대에서 밤이면 잠복근무하는 매우 으스스한 곳이었다. 길에는 “먼저 보고 먼저 쏘자”라는 표지판이 선뜻함을 주는 민간인이 살지 않는 지역이었다.
전포대 보좌관으로 사격지휘소에서 사병들에게 포사격에 필요한 교육을 시키다가 이듬해 봄에 관측장교의 명을 받고 사병 4명과 함께 관측소에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전방의 적정을 관측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때는 봄이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기온은 밤이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우 차가운 날씨였다.
관측소의 숙소 벙커에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벽에서는 빈대의 체혈이 여러 면에 채색되어 있었다. 모포에 숨어온 빈대가 먼 전방 이곳 고지에서 고생하는 관측장교의 피를 빨아먹고 죽어간 흔적을 보기만 해도 가련했다. 선임 장교가 관측에 관한 유의 사항을 잘 지키고 특히 밤이면 빈대를 조심하라고 당부한 말은 벽사(壁死)한 빈대의 피를 보니 예사로운 것은 아니었다.
산상 고독을 견디면서 냉한에 떨며 적정을 살피다가 3개월 만에 교대를 하게 되었다. 상사의 지시와 각종 훈련에 부대끼며 심신이 고달프더라도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3개월이 지난 후 포병사령부에서 영농사업으로 시작한 ‘양송이재배사’의 관리장교의 파견 명을 받고 부임하였다. 이 재배사는 모두 4개 동이고 각 동은 반지하, 반지상이며, 한 동에는 3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관리 사병은 모두 20명이었다.
육사 8기생인 G포병사령관이 제대를 3개월 앞둔 사병들을 선발하여 양송이 재배 기술을 교육시켜, 제대 후에 생업으로 양송이를 재배하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참으로 고맙고 놀라운 특수작물 재배 사업이었다.
당시 농가에서는 양송이 재배가 시작되지 않아서 이 재배가 성공하면 포병사령관은 그 기발한 공로에 의해 장군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세심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종균을 심은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양송이가 피어나지 않아서 관리 장교를 시골 출신으로 교체시켰다는 것이다. 
 
선임 장교는 ROTC 3기생으로 일류대학인 S대학교 상학과 출신이었다. 양송이 재배와는 전공도 맞지 않거니와 서울 출신이라 농업에는 선행경험이 없고, 또한 6개월 후면 제대하기 때문에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관리 장교의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소문이었다.
여(余) 역시 양송이에 대해 들은 적도 본적도 없는 처지여서, 임무 수행에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 재학 시에 각종 실험을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양송이 재배에 관한 서적을 통독하였다.
종균(種菌)을 하기 전에 토양을 중성으로 한다는 것과 양송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온도는 섭씨 13도에서 15도이고, 습도는 70에서 80%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병을 모아 놓고 양송이 재배에 관한 기초지식이며, 영양가와 다른 버섯과의 비교 등을 교육하였다. 그다음은 각 재배사를 순회하면서 온도와 습도를 체크 해 보았다. 당시 8월은 한 여름이라 전방에도 낮에는 기온이 30도를 상회하고, 재배사의 사내 온도는 거의 섭씨 25에서 27도 사이였다. 습도는 50, 60% 정도였다. 
 
그래서 사병을 시켜 찬물을 충분히 주어서 기온을 먼저 다운시키고, 3시간 후에 환기를 시켜 습도를 최적의 수준으로 맞추게 하였다. 그리고 밤에는 재배사의 문을 꼭 닫게 조치 하였더니 3일 만에 재배사 각 단에 표면이 갈라지는 것이 발견되었다. 
 
점심 식사 후에 다시 가보니 순백의 양송이가 모습을 보였다. 모두가 환성을 질렀다. 그리고 포병사령관에게 전화를 했더니 군화의 끈도 매지 않고 급히 와서 매우 기뻐하며 격려해 주었다.
양송이(mushroom)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는 송이과의 버섯으로 특히 유럽에서 많이 식용되고 있다고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프로테인(protein)의 함량이 높으며, 비타민 D 등의 여러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혈중 콜레스톨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여 고혈압 예방과 빈혈치료에 효과적이며,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서 소화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병원에 가보면 고혈압과 당뇨병 처방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것을 볼 때 초급장교 시절에 길렀던 양송이의 영양소가 생각이 나고, 또한 만물은 자라는데 필요한 조건이 충족될 때 순조롭게 생장(生長)할 수 있다는 것을 머시룸의 재배에서 체득한 지식과 관련하여 그 생화학적 가치가 참고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부질없이 서지(敘之)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