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기세가 매섭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으로 나무는 묵묵히 서있다. 동장군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세상을 호령한다. 동장군의 추상같은 위력에 나무는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겨우내 묵언(默言) 수행을 하는 성자(聖者)가 된다.  동장군은 이렇게 매섭지만 부드러운 면이 있다. 하얀 눈을 뿌려 세상을 온통 백색 천국으로 만들어 버린다. 추위에 꽁꽁 얼까 봐 너른 대지에 눈 이불을 덮어준다.    아이들은 신바람이나 눈사람을 만들고 눈썰매를 타며 환호성을 지른다. 강아지도 덩달아 신이나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저수지에는 얼음판을 만들어 아이들 놀이터를 마련해 준다. 저수지에서 아이들이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를 탄다. 얼음판 위에서 팽이를 돌리며 누구 팽이가 오래 도는지 시합하며 추운지 모른다.    또한 얼음판에 구멍을 뚫고 아빠와 함께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빙어를 낚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다. 수정처럼 햇빛에 반짝반짝이는 고드름을 따서 입안에 넣으면 입안이 상쾌하고 시원하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었다. 붉은 팥죽은 잔병과 액운을 물리치고 잡귀를 없애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을 깨 먹는다. 치아를 단련코자 하는 주술적 의미와 한 해의 부스럼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예로부터 전래되어 왔다.  겨울 햇살이 거실로 놀러 와 발을 간질인다. 겨울 햇살과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매서운 한파에 살며시 거실에 놀러 온 햇살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때론 창밖에 소소히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면 아이처럼 마음이 환해지며 마냥 행복하다. 동장군이 선물한 햇살과 눈 덕분에 겨울이 외롭지 않다. 이것이 겨울에 맛볼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다.   겨울 날씨는 바람과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바람 없이 눈이 소소히 내리면 푸근하다. 그러나 바람이 가세하여 눈보라가 되면 매서운 날씨로 돌변한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봄이 병충해로 몸살을 앓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비로소 군자란이 꽃을 피운다. 추위를 이겨내고 탐스런 꽃을 피워달라고 아침마다 군자란 잎을 만지며 인사한다.   창문을 열고 겨울 공기를 맛보니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시원하다. 특히 동남아 여행을 하고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코와 입에 훅 들어오는 겨울의 찬 공기는 상큼했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공기가 달고 시원하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그중 겨울의 백미는 상고대이다. 겨울이라는 무대에서 펼치는 놀랍고도 환상적인 동장군의 매직 쇼 덕분에 겨울이 마냥 행복하다.   하얀 눈꽃이 만발한 산(山) 환상의 백색 천국이다. 하얀 눈까지 솔솔 뿌려 황홀한 눈꽃 세상이다. 가쁜 숨 몰아쉬며 설산(雪山)에 오르니 설화(雪花)를 머리에 인 산죽(山竹)이 먼 길 달려온 우리를 화안한 미소로 맞이한다.  재를 지나 정상까지 꽃 중의 꽃 서리꽃이 화사하게 치장하고 내 마음 송두리째 빼앗는다.    가지가지마다 활짝 핀 서리꽃 영락없는 사슴뿔이고 눈이 녹아 얼어 버린 얼음꽃은 수정처럼 반짝반짝인다. 하얀 서리꽃으로 수놓은 면사포를 쓴 작은 나무, 바닷속 산호초를 산에 옮겨 놓은 듯하다. 바위에 핀 서리꽃과 나뭇가지마다 핀 서리꽃이 함께 어우러져 무아지경(無我之境) 속이다   뉘라서 이토록 화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현란한 조각을 만들 수 있으랴. 자연이 빚어낸 이 황홀한 비경, 지상으로 잠시 내려온 천국의 모습이다. 눈부시게 하얀 눈의 천국을 걸으며 눈꽃에 흠뻑 취한 신선과 선녀들, 하얀 미소 지으며 하얀 마음이 된다.  요즈음 겨울의 복병 감기가 대유행이다. 이비인후과마다 감기 환자가 줄을 섰다. 진료를 받으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감기 환자가 드물었다.   그 당시에는 마스크가 필수품이었다. 이제 마스크를 잘 안 쓰니 감기가 활개를 친다. 비록 겨울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희망의 봄을 선물하는 그 마음이 참 곰살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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