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 이어 3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햇수로 10년째 겪고 있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됐다. 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도 그간의 '경영 족쇄'에서 벗어나 삼성의 위기 극복과 '세상에 없던' 신사업 발굴을 비롯한 미래 준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는 현재 말 그대로 전방위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HBM 납품 지연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크게 못 미쳤고,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그간 재판 준비와 출석 등으로 해외 경영 행보에도 일정 부분 제약이 있었던 만큼 향후 경영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에 방한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재판 준비 등으로 제약이 있었던 만큼 급변하는 글로벌 IT 업계의 트렌드 파악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한계가 있었다"며 "향후 경영 보폭을 더 넓히며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며 2023년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은 1년 만에 3번째 수장을 맞이하는 등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논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복합 위기 타개 방안 중 하나로 삼성글로벌리서치 내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미전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과거로의 회귀 비판 등을 의식해 추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항소심 무죄로 이 같은 부담을 덜어낸 만큼 부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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