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나 일어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반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엄격히 보아 잘못된 표현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일어 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임신하지 않은 출산'과 같은 형용모순의 표현으로, 결과가 있는 일은 우리가 그 원인을 알 지 못했더라도 반드시 그 일이 일어날 필연적 원인에 의한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술적 예언이 아닌 예측은 어느 날 '신 내림(?)'에 의해 특정인에게만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 두뇌 속 시냅스의 연산 작용이 아닐까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전자에도 들은 비유 같지만, 맞은 편 벽을 향해 당겨진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이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전 까지는 미래이지만, 그 화살이 벽에 꽂일 거라는 예측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그 사람의 예지 능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당연한 결과에 대해, 자신이 예측하지 못했거나 혹은 희망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면 '우째 그런 일이?'탄식하며,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놀라는가 하면 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과(因果)의 법칙은 반드시 일어 날 일이 일어나는 것이며,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죄를 짓고도 벌은 피하고 싶고 공이 없음에도 상을 기대하지만, 성경에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느 사회나 기득권과 비기득권이 있게 마련이지만, 기득권의 발호가 이처럼 극에 달한 사례가 있었을까? 보수답지 않은 보수와 진보답지 않은 진보가 극한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사회의 갈등이 진정 이념 문제인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 때 세계는 공산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가 첨예한 이념대립을 벌이고 있었지만, 공산주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구 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수 십 년간의 냉전이 종식되고, 공산주의는 이 지구상에서 사실상 실패한 사회체제였음이 입증된 것으로 보이는데, 왜 우리는 또 뜬금없이 철 지난 이념논쟁에 내몰려 혼란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기엔 이념 논쟁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코 이념 논쟁은 아니라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여느 나라와 같은 종교분쟁도 아니며 더구나 지역분쟁으로 보기도 어렵고, 이것은 단지 기득권을 확고히 지키고 싶은 사람들과 그 기득권에 편입되고 싶은 사람들의 연대와 비기득권 그리고 비기득권은 아니지만 비기득권의 저항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빚어내고 있는 혼란일 뿐이라는 얘기다.
동물의 배설물이 실내에 있으면 심한 악취를 풍기는 혐오스러운 오물이 되겠지만, 그것이 정원의 화단에 들어가면 향기를 뿜어내는 아름다운 화초의 영양소가 된다.
사람 역시 어느 장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을 획책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인 즉, 우리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