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특혜 채용, 부실 선거 관리 등으로 문제 투성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성역으로 군림하게 됐다. 사태를 지켜본 국민은 채용 비리 온상 처가 된 선관위를 견제와 감시를 강화해야 함에도 헌재가 되레 선관위를 성역으로 만들고 있다며 비난했다.
사태의 발단은 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권한 침해'라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헌재 판단으로 선관위가 사실상 외부 기관의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 기관이므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1960년 3·15 부정선거로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은 헌법적 결단으로 선관위를 설치했다"며 "대통령 소속 기구이므로 선관위를 감사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감사원법에서 정한 감사원의 '감사 제외' 대상은 '국회·법원·헌재'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선관위도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입법 취지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는 행정기관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1995년 감사원법이 일부 개정될 때도 선관위가 감사 제외 대상에 추가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헌재의 논리는 감사원법에 기관명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았을 뿐, 선관위도 헌재와 같은 헌법 기관이라고 했으나 감사원은 헌재의 판단에 감사원은 승복하기 어렵다는 반응이고 선관위는 즐거운 비명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0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 선관위의 경력직 채용 과정을 점검한 결과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가족을 채용해 달라고 인사담당자 등에게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다. 채용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한 것만 878건에 달한다. 선관위 담당자들은 위법·편법을 동원해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채용 비리가 꼬리를 물고 있는데도 이번 헌재의 제동으로 선관위는 성역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가뜩이나 중앙선관위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나온 판단으로 헌재가 대형 채용 비리를 덮는데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죽했으면 선관위는 가족회사란 말까지 나왔겠나. 이런 선관위를 헌재가 두둔하고 나셨다. 헌재는 어느 나라 헌법 기관인지 밝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