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람들은 옷을 입을 때 단추를 위쪽에서 시작하여 아래쪽으로 끼워나가지만, 서양 사람들은 반대로 아래 쪽 단추부터 시작하여 위쪽으로 끼워간다고 한다. 그런데 단추를 끼울 때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간에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올바른 옷매무새를 가지기가 어려우니, 반드시 첫 단추를 제자리에 끼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누구나 아는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옷을 입으면서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옷매무새를 바로잡기 위해서 한 두 개의 단추를 풀고 다시 끼워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며 반드시 모든 단추를 풀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전신(前身)인 조선왕조 말엽, 이 한반도의 기득권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필두로, 첨단 과학문명이 태동하면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국제정세가 전 지구촌을 지배하던 시기였음에도, 자자손손 (子子孫孫) 사대(事大)하며 누려왔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구(守舊)만을 고집하던 조선의 사대부들이, 일찍이 개화(開化)하여 국력을 크게 신장시킨 일제(日帝)로 사대(事大)의 대상을 바꾸면서,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바쳐 황국(皇國)의 귀족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과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태평양 전쟁 이후 지배권이 미국으로 넘어가자, 창씨개명(創氏改名)까지 하며 일왕(日王)에게 충성하여 기득권을 유지했던 반민족자(反民族者) 들이 이번엔 또 사대(事大)의 대상을 재빨리 미국으로 옮겨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이씨조선(李氏朝鮮) 말엽부터 한반도의 위정상황(爲政狀況)은 급변하여 왔지만,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질서가 있으니 즉, 기득권과 비 기득권의 관계일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는 불과 5년 정도 국권을 나치에게 유린당했지만, 전후(戰後) 그들이 반민족자 들을 어떻게 단죄하였는지는 모두가 알만한 일이다. 비단 프랑스뿐만이 아니더라도 이 지구상에 반민족 매국(賣國) 세력들이 이토록 오래 동안 자자손손 기득권을 유지한 사례가 또 있었는지 모르지만,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니 드디어 악화와 양화의 위치가 뒤바뀐 물구나무 사회가 된 것으로 보여 진다.
가장 매국적(賣國的)이며 가장 반사회적인 자들이 애국과 질서를 외치고, 가장 반 보수적인 자들이 보수(保守)를 참칭하며, 가장 비 원칙적이며 가장 비 상식적인 자들이 원칙과 상식을 주장하는 것이 어디 새삼스러운 일인가?
나는 언제나처럼, 극단적 민족주의 역시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위선적(僞善的) 애국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성(理性)과 비이성(非理性)의 문제이자 양심과 비양심의 문제이며, 내 삶의 환경인 우리 공동체 유지에 관한 문제를 생각할 뿐이다.
보통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심하게 악성 소프트웨어에 감염된 컴퓨터를 복구하는데 있어, 백신만으로는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OS를 포맷하여 컴퓨터를 리셋하게 된다.
하기에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의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모든 단추를 풀고, 새로 단추 끼우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어떻게든 고집하는 것이 과연 보수(保守)의 정체성인가를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