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금융회사들에 2년간 600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금융당국은 과거 불법 공매도에 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하다가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들끓자 법 개정을 거쳐 최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2년간 58곳에 과징금…확정 금액만 635억원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불법 공매도 과징금 부과 현황'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에 첫 과징금 조치가 내려진 2023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8곳(건수 기준)에 총 635억627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이는 과징금을 심의·확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의결서를 기준으로 한 금액이다. 올해 1~2월 조치 대상자들의 부과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부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금융당국은 2021년 4월 개정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매도 규제 위반 제재를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과거 불법 공매도에 약한 처벌로 '외국인들의 놀이터'를 자처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법 시행 이후엔 제재 수위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과거 수천만원 수준에 그치던 금전 제재는 최고 수백억원 수준으로 뛰었다.역대 최대 규모는 구 크레디트스위스 그룹 소속 2개 계열사인 CSAG, CSSL에 작년 7월 내려진 총 271억7300만원의 과징금이다. 이들은 소유하지 않은 국내 주식 약 1000억원 규모에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이 밖에도 수십억에서 100억원대에 달하는 과징금이 여러 번 있었다. 2023년 12월에는 BNP파리바에 190억5700만원(BNP파리바 114억3520만원·BNP파리바증권 76억2180만원), HSBC엔 74억6760만원을 부과했다.금융당국은 BNP파리바와 HSBC에는 위법행위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형사 고발 조치도 했다.작년 말에는 바클리에 136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내리기도 했다.◇"공매도 재개 전 제재 마무리"…IB들과 소송전은 부담금융당국은 이달 말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그간 적발한 불법 공매도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금감원은 2023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14곳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는데 현재까지 13곳에 대한 조치가 마무리됐다. 1곳에도 조만간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전 14곳 제재를 마칠 계획"이라며 "글로벌 IB들의 행위 중 어떤 게 공매도 규제 위반이 되는지 시장에 명확히 알림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구축도 완료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거 문제가 됐던 무차입 공매도 건들은 새 시스템을 통해 99% 가까이 막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금융회사들이 공매도 규제 위반 과징금 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줄줄이 내는 점은 금융당국에 부담 요인이다.현재까지 총 7건의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인데, 금융당국의 승소와 패소가 엇갈리고 있다.서울행정법원은 외국계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와 케플러가 증선위를 상대로 "과징금 산정이 과도하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주문금액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다만 법원은 퀀트인운용이 증선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기도 했다.불법 공매도 제재·처벌 수위가 강화하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엇갈리는 취지의 판단이 나오며 향후 부과 기준 및 제재 수위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IB들은 "고의가 아닌 단순 착오나 실수로 인한 위반"이라며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문을 넣은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