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10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왠지 이 말이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요즘의 10 년을 지난날의 1세기와 비교하면 과장일까?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네 삶의 속도는 그야말로 활시위를 떠난 살의 속도다.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성정이 달라지고 삶이 변모한다.   가히 10 년의 세월은 한 시대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엊그제 멀쩡하던 산야가 하루아침에 변하고, 한 때 잘 나가던 사람도 밤사이 빈 털털이가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밤새 안녕'이다.  이걸 불확실의 시대라고 하던가? 하루 낮이면 새 물건이 쏟아진다. 그 뿐인가. 세계만 해도 그렇다. 자국(自國)의 이해득실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세상이다. 어쨌거나 현대인은 고달프다.  이렇듯 분초를 다투는 시간의 속도에 편승하여 사노라니 다정한 친구와 오롯이 만나 정담 한번 나누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컴퓨터의 속도가 조금만 뒤져도 새것으로 바꾸고, 구식 핸드폰은 돈 붙여 놓아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전철을 타고서도 가만히 못 있고 시간과 전쟁을 한다.   장 담그고, 김치 버무릴 일이 없어진 세태, 요즘 태어난 아이들은 장독을 몰라도 된다. 이것이 행복한 세상인지는 모르겠다. 전화 한 통이면 공장에서 만든 김치와 된장, 고추장이 배달되니 딴은 좋은 세상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엔 건설 현장의 인부들이 와서 먹는 이른바 함바 식당이 있다. 그 식당 이름이 '밥 공장'이다. 바삐 돌아가기로는 지하철역의 손님 못지않다.  인간의 이기심은 한이 없나보다. 이타심이 고갈되고 보니 귀차니즘에 젖어 힘들고 어려운 일은 피하려 한다. 이런 현상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한 때 '나홀로 족'이 많은 일본에선 홀로 먹는 식당이 성업 중이었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른다. 이 말이 갖는 의미는 심오하다. 독불장군 인간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엔 언제부터인가 칩거문화가 삶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회색빛 덧칠한 아파트 입주자는 이웃을 모른다고 한다. 스마트 폰, 인터넷이 원흉인가보다.  이런 세태에 길들여지노라니 세상을 풍자 하는 유행가 한 구절이 생각난다.「나 혼자 산다」라는 고백적인 가사다.'나 혼자 잔다/ 이 넓은 더블침대 느끼며/ 가로로 잤다 세로로 잤다/ 둘이라면 모르지/ 나 혼자 산다 이 좋은 자유로움 느끼며/ 외로움 따윈 내겐 없다 나 혼자 산다/ 불꺼진 집안을 나홀로 들어가 허물벗듯 옷 벗어 던지고/ 3분요리에 허길 채우며 쓸데없는 홈쇼핑 보고/ 자기 전 캔 맥주와 영화/ 아침엔 씨리얼과 우유 /굴러다니는 쓰레기 들고 멋지게 출근한다.(후략)요즘 혼자 살기 딱 좋은 세상이다. 가전제품, 인스턴트 음식이 지천인 요즘 요리 솜씨 따위는 사치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도 불편할 건 없다.   그러나 옛날이 그립다. 어려운 일 서로 돕고, 슬픔과 기쁨도 함께 나누고, 따스한 가슴 부비며 살던 그 옛날이 그립다. 정두고 떠난 이웃들 정녕 어디서 살고 있을까? 정겹던 얼굴들이 밤이면 가슴으로 별처럼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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