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이 정부·여당을 향해 다시 한 번 각을 세웠다.
조계종은 13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원담 대변인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4대강 사업, 종교 차별, 전통문화 훼손,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등을 비난했다.
조계종은 “9일 발표한 성명서는 서민복지를 외면하고, 민족 문화를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예산안 졸속 처리과정을 비판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부·여당 비판이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삭감으로 인한 불만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어 “극심한 남북긴장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경제적 격차로 인해 서민생활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 4대강 문제 등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사회 갈등이 깊어져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과정에서 삭감된 영유아 예방 접종비, 산모 신생아 도우미 지원비, 보육시설 관련 예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예산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계종이 4대강 사업문제에 대해 화쟁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 종교계, 야당, 시민단체와 대화를 추진해 온 것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이 합의 이전에는 국회 예산안 처리를 미루겠다고 약속해놓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과 법안을 처리했다”며 “국민적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2000여년 동안 지녀 온 전통문화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오로지 시장의 논리, 손익을 염두에 둔 장사치의 시각으로 가득 차 있다”며 “저들을 국가와 영토를 수호하고 민족의 문화를 보존할 책임자들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대표적인 정부의 종교 편향 행태로 대구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백지화, 울산역과 통도사 역명 부기 삭제 등을 꼽았다.
특히 템플스테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템플스테이가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됐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단순히 종교 문제로 치부하고 은혜를 베풀 듯이 간주한다”며 “정부 지원금은 산불 등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를 보호하는데 필수적인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예산 등 시설 개보수비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조계종이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관련해 ‘템플스테이 예산을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태도는 국민과 불교계를 우롱하는 것으로 진정 반성한다면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 전체에 대한 근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불교 스스로의 힘으로 사찰과 문화재를 보전하겠으며 국민의 도움은 기대하겠으나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더 이상의 템플스테이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불교적 방식으로 소박하게 사찰에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겠다”고 정부의 지원을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문화재 등 불교 재산을 둘러싼 정부와 갈등도 드러냈다.
조계종은 “사찰의 재산을 국가 문화재나 국가 시설로 지정해 놓고, 지원이 필요할 때는 특정 종교시설이라 주장하는 모순된 행태에 더 이상 삼보 정재를 내 놓을 수 없다”며 “정부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각종 문화재 유지 보전 관련 정책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사찰 관련 규제 등을 배격한다”고 알렸다.
국립박물관 지하 유물실의 불교문화재 반환을 추진하고, 신규 발굴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갖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또 대가 없이 국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불교 재산에 대해서도 정당한 권리를 찾아나간다는 복안이다.
“대화와 토론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힘으로만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에 경악하며, 인식 변화가 없는 한 소통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