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3월 12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철강 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시장 변수에 따른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검토하면서 대비하고 있다. 한국만이 아닌 모든 국가 제품에 25% 관세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한국의 수출 쿼터(물량 제한)가 풀린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10일 통상 당국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12일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통상 당국과 국내 철강 업계도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정부와 철강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대미 철강 수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주요 철강 수출국의 경쟁 조건이 같아지면서 기회 요인도 상존한다고 보고 민관이 공조해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회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현대제철은 통상전략실에서 국가별 관세, 품목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이 전 세계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때 협상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수출 물량을 70%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무관세 혜택을 받는 해법을 도출한 것이었다.그러나 오는 12일부터는 무관세 쿼터가 없어지고 전체 대미 수출 물량에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철강 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쿼터 제한에 따라 수출되는 265만t 가운데 품목 별로는 지난해 기준 강관이 109만t으로 가장 많았고, 열연강판(50만t), 중후판(19만t), 컬러강판(15만t) 등의 순이었다. 강관은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이, 열연강판과 후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한다.철강 업계는 우선 25% 관세 부과로 대미 철강 수출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25% 관세가 붙으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산과 비교해 약화하면서 기존 수요를 US스틸 등 현지 철강 업체가 일정 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US스틸 인수를 추진해 온 일본제철이 한국산 철강이 밀려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철강 업체 한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 업체들이 관세 인상분을 수출 업체에 일정 부분 전가할 가능성도 높다. 이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우려했다.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모든 국가에 부과되기 때문에 대미 철강 수출 1·2위인 캐나다와 멕시코와 비교해 한국산 철강이 미국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캐나다·멕시코의 경우 그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국으로서 쿼터 없이 무관세의 지위를 누려왔는데, 이들 국가에도 25%의 관세가 일률적으로 부과되면 한국산이 일부 제품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다른 철강 업체 관계자는 "결국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한국은 쿼터 족쇄를 벗으면 US스틸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 가운데 한국 철강 업체에도 시장 확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