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오후에 처질(妻姪)이 포장을 예쁘게 한 큼직한 선물을 들고 세배 차 왔다. 반가웠다. 울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기에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금년 설 연휴는 다른 해 보다 길긴 하지만, 다른 계획을 미루고 시간을 할애(割愛)하여 왔기에 고마웠다. 농촌 지역 교육 현장이 어떤지 교직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2개 학년의 아동 2명을 방과 후 지도교사 1명과 함께 2명의 교사가 지도한다는 것이다. 말을 듣고 보니, 교육 현장이 심각하게 소멸(消滅)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교육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이 문제시(問題視)되기도 했다. 2명의 교사가 정성을 다해 개인지도를 하면서 다양한 것을 가르치며 아동 중심의 수업을 한다기에 반가웠다. 1978년도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할 때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여고 3학년15개 학반 900명을 인솔해서 자매학교인 원주의 구룡초등학교에 봉사활동을 갔다. 이 학교 역시 아동수가 감소하여 넓은 교정이 텅 비었다. 공기 청정한 곳이라 혼탁한 서울보다는 쾌적하여서 더위도 모르고 휴양 겸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5학년 아동 한 명에게 물어보았다. “너희 반에서 성적은 몇 등이니?” “3등을 합니다.” 3등을 한다기에 성적이 우수한 아동으로 생각되어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한 반에 아동이 몇 명이니?”. “6명이었는데 한 명이 부산으로 전학을 가서 지금은 5명입니다.” 전체 5명 중에서 성적이 3등이라니 웃음이 나올 듯했다. 담임교사에게 지도 방법에 대해서 물어 보았더니, 아동수가 적기 때문에 수업의 개별화로 적성에 맞게 지도한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가 전교과 성적이 모두 우수하다는 것이다. 한 아동이 부산으로 전학 갔는데, 적응을 잘하여 자기 학년에서 1등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학부모와 아동이 함께 편지를 보내주었다고 하였다. 5명의 아동이 여러 방면에 지식과 기능이 우수한 것은 아동의 적성을 고려해서 지도했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이런 사례를 처질(妻姪)에게 들려주면서, 대학교 교수 재직 때, 레지오 에밀리아 어프로치(Reggio Emilla Approach)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시에 있는 칠드런 센터(Children Centre)에서 연수받은 것을 아동 지도에 참고하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어프로치는 미국의 뉴스 위키(News week)지가 세계에서 교육을 가장 잘하는 학교 10개교를 뽑아 발표할 때, 선정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이탈리아의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에 위치한 인구 약13만 명의 레지오 에밀리아 시의 시립유치원에서 30여 년 동안 실시한 교육 방법이다. 프로젝트(project) 접근법의 한 유형이며, 상징적(象徵的) 표상(表象)에 체계적인 초점을 맞춤으로써 상징적 기술과 창의력 등을 길러 줄 수 있는 아주 우수한 방법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인간의 지적 발달은 동화와 조절 두 개의 보완적인 과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보는 피아제(Piaget)를 대표하는 구성주의 이론과 인간은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세계의 산물이라고 보는 비고스키(Vygotsky)의 사회적 접근법을 기초로 독특하게 개발한 프로젝트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의 특징은 도식적(圖式的) 표상, 기록작업, 교차양식(交叉樣式) 표상, 발현적 교육과정 등이다. 도식적 표상은 아동들이 탐색하고자 하는 현상이나 물체에 대한 자신들의 사고(思考)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연필, 가는 펜 등을 써서 선(線)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기록작업은 아동들의 활동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과 그 행위의 결과 즉 작품 모두를 지칭한다. 교차양식 표상(表象)은 비시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발현적 교육과정은 계획 또는 결과에 대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교사가 특정 학습자를 특정 시간에 반응적(反應的)이 되도록 요구하는 계획의 과정이다. 이 어프치(approach)는 9개의 상징화 주기를 거치게 한다. 학반당 25명의 아동을 5명씩 소그룹으로 편성하여 교사 1명이 그룹별로 순회하면서 주제선정을 위한 구술적(口述的) 분출(噴出, 주제선정 토론하기), 표상하기, 시뮬레이션하기, 대체물 이용하기, 경험하기, 재표상하기 확장하기, 심화하기, 확장 및 심화하기 등의 상징화과정을 거치면서 지식을 사회적으로 구성하게 하는 교육방법이다. 필자가 이 접근법을 배워서 새화랑유치원 교육에 적용한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프로젝트 교육사례를 분석 연구하여, 이 종의 창의적∙공학적∙예술적 가치를 ‘아시아 유아교육자 세미나’에서 발표한 바 있다. 오늘날 교육인구 소멸로 인해, 경상북도교육통계에서 보면 1991년부터 2024년까지 도내 미활용 초∙중학교 폐교(閉校) 수가 모두 52개교인데, 그중에서 영천시가 9개교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안동시 7개교, 김천시 5개교, 경주시와 봉화군이 각각 4개교, 포항시가 3개 순(順)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현재 학생 수도 급감하여 초등학교가 학반 당 18.3명, 중학교 21.1명, 고등학교 20.6명이며,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10.7명, 중학교 9.9명, 고등학교 9.6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학반 당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적용하여 프로젝트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아동 학생들의 고등정신 능력의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량(思量)되며, 우수한 교육 방법이 우수한 선진문화를 창달할 수 있다고 여겨져서 레지오 에밀리아 어프로치를 소개해 본다.(참고문헌: 김영호(1999).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이론과 실제. 서울: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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