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주로 관찰하는 어느 유튜버가 찍은 겨울 강가에 두루미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임진강이던가, 하여튼 중부 지방의 강가인데 눈이 내리더군요.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우아하게 날개를 퍼득이기도 하고 고고한 걸음으로 강가를 거닐거나 하는 두루미 무리가 마음을 빼앗고 맙니다. 머리꼭지에 붉은 깃털이 아름다운,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불리는 두루미들입니다.
기억력이 나쁘거나 이해가 느리면 속된 말로 ‘새 대가리’라고 흉을 봅니다. 새들이 알아듣는다면 벌컥 화를 낼 욕이겠지요. 우리나라를 거쳐 가는 나그네새들이 해마다 같은 즈음에 왔다가 비슷한 시기에 떠납니다. 그런 새들은 몸속에 자연의 GPS를 지니고 있다는데 어쩌면 인간에 비해 자연적 능력은 더 탁월하단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 말을 흉내 내는 앵무새도 지능이 꽤 높아 대여섯 살쯤의 어린이 수준인 녀석들도 있다더군요. 한 편 너무 순하고 사람들에게 친화적이어서 되려 사람에 의해서 멸종된 새도 있습니다.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던 도도새는 날지 못했다고 합니다. 날 수 없지만 다행히 섬에는 도도새의 포식자가 없어서 많이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17세기에 모리셔스 섬을 경유지로 삼아 유럽의 선원들이 섬에 상륙하자 호기심이 많은 이 새는 사람을 겁내지 않고 가까이에서 따라 다녔습니다. 선원들은 이 새를 먹어 보고 별 맛이 없어 다른 맛있는 새들을 사냥해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원들은 도망가지 않는 도도새를 몽둥이로 내려쳐 죽이기를 재미로 즐겼습니다. 더군다나 도도새는 한 번에 한 개의 알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네덜란드가 이 섬에 죄수들을 유배시키자 배에 묻어온 외래종 포유류들이 그 알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결국 발견된 지 1세기가 채 안 되어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동양에서 봉황은 매우 상서로운 새입니다. 비록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태평한 시대에 나타나는 이 새는 날개가 어찌나 큰 지, 바다 위에서 한 번 퍼득이면 파랑(波浪)이 삼천 리나 퍼지고 한 번 날면 금세 구만 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앞길이 매우 양양하다는 뜻을 지닌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말도 예서 나왔습니다. 봉황이 실제 존재하지는 않으나 현실의 신천옹, 즉 알바트로스(albatross)가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새가 아닐까 싶습니다. 알바트로스 중 거대한 종의 경우 날개를 펼친 길이가 2.5~3.5미터나 되어서 혼자 힘으로는 날아오르기가 쉽지 않아 상승 기류를 이용해야 비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날개가 너무 커서 땅 위에 내리면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어부들은 알바트로스를 ‘바보새’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일단 날아오르기만 하면 몇 십 킬로미터는 한 번에 활공할 수가 있답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도 ‘알바트로스’ 라는 시에서 시인 자신을 하늘 위를 날 때는 폭풍 속을 넘나드는 창공의 왕자인 알바트로스에 빗대며 상징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간의 조롱을 외려 비웃습니다. 어부들이 돌을 던지며 조롱꺼리 삼는 새가 하늘에서는 당당하게 왕자의 풍모를 펼치듯 자신이 펼친 날개가 하늘을 덮고도 남는다는 자부심을 보들레르는 당당히 드러냅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지요. 어미닭이 품었던 알에서 병아리가 나올 때가 되면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알껍질을 톡톡 치고 동시에 소리를 들은 어미닭이 밖에서 껍질을 조금 쪼아 병아리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말이랍니다. 어미닭이 일방적으로 껍질을 죄다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병아리가 세상으로 나오려고 스스로 애를 쓸 때 어미닭도 밖에서 도와주는 합동작전인 것이지요. 말 못하는 금수라고 해도 새끼가 능동적으로 세상을 열려고 할 때 어미가 힘을 실어주는 자연의 지혜에서 인간이 배울 바가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에서 스스로 쪼고(啐) 밖에서 도와 깨뜨리는(啄) 두 리듬이 동시에 조화로울 때 새 생명이 태어납니다. 온전히 재미를 위해서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것이 인간 말고도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금수니, 미물이니 하며 낮춰 부르는 새에게서도 인간은 배울 것이 있습니다. 바보새라는 조롱을 견디다가 한 번 날아오르면 만 리를 간다는 알바트로스의 큰 이상을, 껍질의 안과 밖에서 서로 호응하며 쪼고 깨뜨려 생명을 이끄는 병아리와 어미닭의 협업을 보며 때로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이 가장 우매한 동물은 아닌지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