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의 전한(前漢) 말기 때 유향(劉向)의 저서인 『설원(說苑)』이란 책에 군주를 섬기는 사람의 행동에 육정(六正)과 육사(六邪)가 있다고 하면서 육정을 행하면 영화를 누릴 수 있고, 육사를 범하게 되면 욕됨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 책은 유향이 기원전 2000년 동안 통치한 군주를 섬기면서 신하들이 보좌한 유형을 여섯 종류의 올바른 신하와 간사한 여섯 종류의 신하로 구분하여 풀이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다른 나라의 고서에 담겨 전해오는 이야기이지만 금세(今世)에도 국가나 조직사회에서 책무를 수행하는 위정자와 구성원 가운데 존재할 것 같아서 개략적이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육정이라는 것은 성신, 양신, 충신, 지신, 정신, 직신을 지칭한다. 성신(聖臣)은 사물의 전조(前兆)가 나타나기 전에 홀로 국가의 존망의 위기를 예견해서 미연에 방책을 구안하여 주군(主君)의 안전을 지키는 인물이며, 양신(良臣)은 야욕을 비우고 선행을 도모하며 도리에 정통하여 주군에게 예(禮)를 다하면서 좋은 계획을 마련하고 진언하여 아름다운 점을 살리고 올바르지 못한 것은 바로 잡도록 돕는 신하라 하였다. 순임금의 조정에서 근무한 직(稷)과 설(契)은 그 대표적인 양신으로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양신은 후세에 경애를 받는 훌륭한 이름을 남길 수 있으며, 군주에게는 성천자(聖天子)란 칭호를 얻게 하고, 가계가 번연(蕃衍)하여 후손들까지도 행운을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충신(忠臣)은 일찍 취침하고 일찍 기상하며 현자를 천거하고, 성인의 훌륭한 행적을 누차 이야기하여 주군을 격려할 수 있는 신하라 하였다. 그러나 충신은 종국에는 그 일족까지 모두 살해당하고 그 군주는 포악하게 타락하며 나라도 집도 모두 멸망하고 단지 목숨을 걸고 군주에게 간언했다는 충신이란 이름만을 후세에 남긴다는 것이다. 지신(智臣)은 일의 성패를 성찰하여 위험한 것은 조기에 막아 조정하고, 재앙의 원인을 없애고 전화(轉化)시켜 복을 이루며 주군이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신하이다. 정신(貞臣)은 투철한 준법정신으로 법률을 존중하고, 현자를 추천하여 직무에 충실하도록 하며, 높은 봉급과 하사하는 물품을 사양하고 의식의 검약(儉約)을 지키는 신하라 하였다. 그리고 직신(直臣)은 나라가 혼란할 때 아첨하지 않고. 주군의 면전에서도 올바른 말을 하면서 간하는 신하라 하였다. 이상의 여섯 유형의 어진 신하는 주군을 바르게 보필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육사(六邪)는 여섯 종류의 해로운 신하를 지칭한다. 그중의 하나가 간신 즉, 바로 간사한 신하이다. 이는 마음이 바르지 않고, 원칙보다는 사리사욕을 좇아 나쁜 꾀를 부리는 신하다. 무능하면서도 자리만 지키며 녹봉만 챙기려는 구신(具臣), 왕에게 아첨하는 유신(諛臣), 악한 술수와 중상모략에 능한 참신(讒臣), 군주에게 불충하거나 반역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 등이다. 러시아제국 말기 떠돌이 요승이었던 라스푸틴은 유창한 변술과 예지력으로 귀족, 귀부인의 관심을 얻었고, 니콜라이 2세 황제 부부의 신임을 얻어서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되자 황족과 신하들은 ‘그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진언하였으나 황후의 절대적인 신뢰로 인하여 폭정을 휘두르며 사리사욕을 챙겼다. 이 때문에 러시아제국은 결국 멸망했고 황제 가족은 물론 시녀들까지 총살되었으며, 이후 내전에 빠진 러시아에서는 5년간 천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Naver). 이런 사례는 바르지 못한 신하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군주나 대통령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명석한 참모를 등용(登庸)하였으나 그들이 직무수행을 바르게 하지 못하여 결국 나라가 패망하거나 혼란에 빠져 민생만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사적이 없지 않았으니, 이 어찌 통한의 한숨이 나오지 않았으리. 나라는 지금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 탄핵 문제로 주말이면 생업을 미루고 곳곳에 군집하여 함성을 높이며, 기폭을 펄럭이고 있으니, 거동이 불편한 팔질(八耋)의 노인이지만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통탄을 금치 못할 변고의 세태이다. 또한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표방하며 관세 폭탄선언으로 종횡무진 세계적 지동(地動)을 일으키고 있으니, 그 여진의 폐해(弊害)로 국가 경제에 모진 한파가 밀려올 것 같아서 걱정을 아니할 수 없다. “국란사양상(國亂思良相)하고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라”는 말처럼 육정(六正)과 같은 금세의 명철한 국가 관료들이 위민 보국적 역량을 진성으로 발휘해 주기를 선량(善良)한 민주 국민은 간절히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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