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으며 3월의 문이 열렸다. 태극기가 봄비에 흠뻑 젖는다. 봄 하늘을 찌릉찌릉 울리던 우렁찬 함성도 촉촉이 젖는다. 그날의 함성에 무거워진 하늘이 마침내 눈물이 되어 내렸다. 기미년 3월1일 대한독립만세 목 놓아 부르던 유관순 누나가 문득 그리워진다. 박두진 시인은 ‘3월 1일의 하늘’ 시로 유관순 누나의 넋을 달랬다. ‘유관순 누나로 처음 나는 三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아,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피터져 솟아나는 비로소 끓어 오르는 민족의 외침의 용솟음을 알았다.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쨘다르끄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드리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민족애의 순수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기미년 3월1일 탑골공원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하기로 하였으나 종로에 있는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의하면 3.1 운동에 참여한 시위 인원은 약 200여 만 명이며 7,509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독립운동에는 남녀 가릴 것 없이 하나가 되었다. 지난 1910년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잃어버린 자유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2024년 3월 현재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한 18,000명 중 여성 독립유공자는 660명에 불과하지만, 생즉필사 사즉필생(生卽必死 死卽必生)의 각오로 분연히 일어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 외 다른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최초 여성 의병장 윤희순, 최초 여자 비행사 권기옥 , 최초 여기자 최은희,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최용신, 한국의 교육자이며 한국의 잔다르크 김마리아가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참으로 결연하여 우리의 가슴을 절절하게 울린다.‘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3월 중순에 55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3월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겨울과 봄의 격전장이며 겨울이 아버지라면 봄은 어머니이다. 겨울과 봄이 티격태격 싸우고 두 쪽으로 갈라진 나라의 함성, 또한 산불이 대거 발생 봄을 괴롭히니 3월이 아프다. 세상이 하도 궁금해 베란다에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쏘옥 내밀더니 봄 하늘을 호령하듯 늠름하게 피어있는 군자란이 참 대견하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 군자고궁(君子固窮) 즉 군자는 어려울 때 더욱 단단해진다. 겨우내 담금질하던 군자란 봄 하늘에 호탕하게 웃는다. 그 늠름한 기개가 참 군자스럽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군자란을 닮았다.‘꽃대가 삐죽 고개를 내미니 봄 하늘이 크게 흔들린다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봄을 힘차게 찌르고주황색 꽃잎을 휘날리며 봄의 뜨락에 진군進軍한다함성이 하늘을 찌르니 봄꽃이 일제히 환호한다봄이여 희망이여 진격의 나팔을 크게 울려라’(군자란 권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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