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투구,긴 창, 붉은 칼날과마상의 갑옷을 숨긴암곡동 무장사 천년 전 그 자리에가슴에 캐낸 기다림을 묻고원망 맺힌 두려움과그리운 욕망까지 깊이 파묻는다너를 떠나 너를 향해남극점에서 북극점에서괴로움의 우주 너머 걸어서살갗에 지는 팔만 사천 계절에살갗에 피는 팔만 사천 등대에살갗마다 새겨지는 팔만 사천 경전에보고 싶다고사랑한다고소리내는 환한 몸의 슬픔들이 눈감고찾아오는 따스한 폐사지에팔만 사천 별들이 따라와 가만히 무장사지 삼층석탑으로 선다-문형렬의 시, '무장사지 삼층석탑'
경주 암곡동 깊은 산골짝에 가면, 신라시대의 아픈 설화가 숨 쉬고 있는 유명한 페사지! 무장사지가 있고, 절터 아래 이쁜 신라시대 삼층 석탑 한 채가 고즈녁한 얼굴로 묵묵하게 서 있다.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은 통일 후,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이 골짜기에 전쟁 때 사용한 투구와 병장기들을 숨겼다고 한다. 그래서 무장사다. 왜 문무왕은 이 깊고 깊은 골짜기에 병장기를 묻고 무장사란 절을 지었을까? 원성왕이 죽자 그의 손자인 젊은 왕 소성왕이 왕위에 오른지 2년 만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다. 그 왕비인 계화부인은 짧은 생애를 마친 소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왜 이 산골짜기 무장사에 아미타전과 아미타 사적비를 조성했을까? 올 때마다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무장사지 이다!시속의 화자인 시인 문형렬은 소설가이자 시인겸 화가이다, 시인은 최근 개인 전시회도 연 한국의 개성 넘치는 중견 화가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계화부인의 남편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무장사지 삼층 석탑으로 떠 올랐다고 인식한다 “살갗마다 새겨지는 팔만 사천 경전에/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소리치는 슬픔의 몸들”“팔만 사천 별들이 따라와 가만히 삼층 석탑으로 선다” 아, 삼층 석탑의 이미지를 이리도 아름답게 사랑의 이미지로 노래하다니!너를 떠나 너를 향해 남극점에서 북극점까지 우주를 너머 걸어서,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시인은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이미지를 무장사 삼층석탑에서 찾았다. 무장사 삼층석탑!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세례나데이면서 또한 사랑스런 한 중년 여인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