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감포항이 개항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경주시의 해양문화 중심지역인 감포항은 지난 100년 동안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만큼이나 부침이 심했다. 개항한 지 12년 뒤인 1937년 지금의 인천광역시인 제물포와 함께 읍으로 승격될 정도로 일제강점기 때는 동해안의 대표 어항이었다.감포항은 달감(甘)자와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감은사가 있는 포구라고 해서 감은포라고 불리다가 감포로 불렸다. 서, 남, 북 삼면이 최고 200m 이내의 낮은 구릉지대와 평야로 싸여 있어 지리적으로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1995년 연안항에서 국가어항으로 지정받았다. 감포항에서 잡히는 주요 어종은 오징어, 가오리, 가자미, 복어, 아귀, 대구 등이다.감포항에는 쉴사이 없이 고깃배들이 드나들고 활어 위판장에서는 매일 신선한 생선의 경매가 이뤄진다. 감포 인근의 문화 역사유적, 빼어난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항구를 중심으로 감포의 명물이라는 참가자미횟집이 즐비해 주변 도시인들의 식도락 여행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감포항 100년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조선 시대부터 어업과 해상 교역의 중심지로 기능했고 천혜의 자연항구를 이용해 지역 경제가 발전했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감포항은 일본의 군사적,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거점으로 개항하게 됐다개항 이후 감포항은 일본 어업 자본이 침투하면서 일본인 어업 회사가 지배했다. 따라서 지역의 어민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 감포항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해산물은 일본으로 반출됐고 지역 어민들은 소규모 전통 어업을 지속해야 했다. 당연히 일본인과의 경제적인 격차는 컸다.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감포항의 경제구조는 일본인이 남기고 간 시설을 활용해 지역의 어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감포항은 큰 피해를 입었고 전후 복구 과정이 이뤄졌지만 소규모 연안 어업을 벗어나지 못했다.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추진되면서 수산업에 새로운 활기가 찾아오면서 감포항의 어업기반도 크게 강화됐다. 워낙 전통적인 어항으로서의 입지가 강한 탓에 감포항은 동해안 주요 어항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면서 항만시설이 재정비되고 어업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때부터 동해안 연근해 어업과 함께 원양어업이 발전하면서 감포항의 경제규모도 커졌다.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나친 남획과 해양 환경 변화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감포항의 어업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대형 어선과 첨단 어업 장비를 갖춘 대규모 수산업이 등장하면서 감포항의 소규모 어업 종사자들은 경쟁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감포 주민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섰다. 그것이 바로 해양 관광산업 육성이었다. 감포항은 주변의 문무대왕릉, 감은사지, 해수욕장 등 다양한 역사 자원과 해양자원이 존재했으며 이를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새로운 경제 활로를 찾아 나갔다.
그 이후 감포항은 전통적인 어항으로서의 기능에 관광·레저 산업을 접목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륙문화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키워왔던 경주시가 해양자원을 활용한 해양관광에 눈을 돌리면서 감포항과 주변 지역을 관광 특화 지역으로 개발했고 숙박·음식점·레저 시설이 증가했다. 그 덕에 감포 해양관광단지 조성과 감포항 친수공원 개발이 이뤄지면서 관광객 유입이 꾸준히 증가했다.감포항은 동해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천혜의 풍광과 신선한 해산물, 역사문화 유적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먼저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삼층석탑, 이견대 등 신라의 삼국통일과 연계된 유적이 있는 동해구와 매우 인접해 있어 역사문화 교육을 겸한 여행지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여기에 감포항에서 잡히는 자연산 활어회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의 회를 즐길 수 있는 회센터가 있어 식도락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감포항과 양남 주상절리를 잇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는 동해의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천천히 달릴 수 있는 멋진 콘텐츠다. 또 인근에는 동해안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여려 개 있어 여름철에는 훌륭한 피서지로도 각광을 받는다감포항에는 주민들의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포공설시장도 볼거리 중의 하나다. 감포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건어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어촌 마을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감포공설시장은 어촌 특유의 소박한 정서와 오랜 세월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감포를 여행할 때 들러볼 만한 곳 중의 하나다.
감포항을 끼고 있는 마을의 골목길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지어놓은 일본식 가옥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일본 상인들이 일제 때 정착하면서 지었던 이 건축물들은 당시 감포항의 경제활동이 어떤 구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일부 폐가가 된 곳도 있지만 개조돼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는 가옥들이 있고 일제에 침탈 당했던 감포항의 역사적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개항 100주년을 맞은 감포항은 최근 들어 어종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해양환경이 변화하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 대부분의 어항들이 호황을 누리다가 오징어, 청어, 도루묵 등의 어종들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이 닥쳐왔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어업 종사자들은 먹이사슬이 붕괴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지난해 멸치가 생각 밖에 많이 잡혀 수온변화가 큰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2012년 감포항의 위판금액은 66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4년 500억원, 2017년 420억원, 2018년 270억원, 2023년 270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지난해 그나마 조금 회복해 330억원을 달성했다.
감포항의 경기 불황과 맞물려 관광객의 숫자도 차츰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식 가옥이 있는 해국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조립식 가족’이 방영되고 나서 관광객 수는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김윤정 경주시수협 경제상무는 “개항 100주년을 맞은 감포항의 역사는 개항 이후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감포항이 가진 어업의 경제활동과 더불어 해양문화 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 육성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해양 문화자원을 보유한 감포항이지만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다른 곳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감포항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대폭 강화해 감포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관계기관에서 관심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