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산불은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평온했던 농촌 마을이 불의에 닥친 화마로 숙대밭이 됐다. 아름드리 소나무로 푸름을 뽐내던 금수강산이 졸지에 민둥산이 되어 거대한 잿더미로 변했다. 영양군 석보면민을 비롯한 피해지역 주민들은 산불이 마을까지 내려와 대피 방송에 하루에 몇 번씩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산불을 끄다가 목숨을 잃은 피해 유족은 합동 영결식에서 오열했다. 가장을 잃는 유족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며 슬픔에 잠겨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경북지역 사망자만 26명이며 심한 화상 입고 입원 중인 환자도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천막 신세를 지고 있는 이재민은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피해 산림 면적도 3만6000ha로 역대 최악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 2만3794ha을 훌쩍 넘어섰다. 먼저 발생한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었고, 의성 산불은 경북 북부지역과 동해안까지 날아가 영덕 해안이 초토화됐다. 입산객 실화로 시작된 의성 산불이 안동·영양·청송·영덕까지 강풍을 타고 확산됐다.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 속도로 날아다녀 속수무책이다. 산불이 날로 대형화되어 가고 있으나 당국의 대응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불은 이번처럼 봄·가을철 발생하고 있는데 일선 행정기관이 주민들이 입산할 때 인화 물질을 소지하지 못하게 철저히 계도 하고 주민들도 조금만 세심한 주의를 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농촌 불법 소각, 성묘나 등산객 실화는 반드시 근절돼야 대형산불을 막을 수 있다. 산불 진화가 아직 원시적이다. 대형 화재에 맞설 장비와 전문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소수 인력으로 대응하다 보니 초기 대응에서 실패하고 있다. 국내 산불 진화 헬기는 노후 된 중소형 기종이 대부분이다. 담수 용량이 소량이다. 전국의 산림을 지키는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는 7대뿐이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는데 조종사 나이가 73세였다. 지금 60대 이상인 산불 진화 대원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의성 산불을 교훈으로 삼아 대형 헬기를 확충하고 소방 인력 보강과 훈련이 필요하다. 산간 지역 고령자들을 위한 조기 경보와 대피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산불에 희생되고 진압하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에게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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