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이하여 각급학교에서 신입생을 모집하여 입학식을 거행하였다. 모두가 개인이 품은 높은 이상과 꿈을 이룩하기 위해 선택한 입학이다.    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등 6-3-3-4 기본 학제에 따라 입학하였으나,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려면 학부모님의 교육 뒷바라지와 학습자, 교수자, 학교 등의 정성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입학하기 전에 선행교육으로서의 가정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교육은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지도하고 돕는 교육 형태이다. 산업화(産業化)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는 삶, 생산, 교육이 명백히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이루어졌다. 자녀들은 확대가족과 생활하면서 생산과 관련된 지식과 기능을 배우고, 지역사회에서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과 가치를 학습할 수 있었다.    그 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생산이 가정에서 분리되고, 교육적 기능이 가정으로부터 국가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체계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산과 교육의 장소였던 가정은 사회의 전문화와 분화로 인해 그 통합적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가속적 발달은 산업사회가 창출하였던 대규모 생산방식, 대중교육제도 등 생산과 문화를 포함하는 생활양식에 변화를 초래하였다. 가정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인간적인 삶의 출발지이고, 성장과 활동의 거점이므로 인간 형성의 장(field)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언행이 바르지 못하거나 비인간적이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취급받게 되고, 반대로 행동양식이나 언행이 예의 바르고 인간다우면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으로 칭찬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정교육의 기능은 자녀들에게 애정의 경험을 주는 일, 자기의 역할을 인식시키는 협동체의 경험을 주는 일,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을 주는 일, 합법적 자녀 생식, 자녀의 양육과 보호, 문화의 계승과 비형식적 교육, 사회적 신분 부여, 긴장의 해소와 정서의 안정, 가사의 유지와 관리, 재산의 계승, 성원의 신체적 보호, 여가의 관리 및 선용, 종교적 교육과 의식 등이다. 가정교육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이 변하고 있다. 인간의 삶의 환경이 전과 다르게 급격하게 변화하여 인간의 심정이 메말라가더라도 자녀를 사랑으로 감싸 포용하는 것은 가정의 불변적 기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가정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신뢰와 사랑의 교육, 심신발달의 교육, 개성형성의 교육, 보상교육이라 생각해 본다. 따뜻하고 포근한 부모 형제 자매의 사랑과 이해와 협조는 인간의 심성을 정상적으로 성장 발달하는 데 무엇보다 긴요하다. 심신의 성장 발달이 왕성한 유년기에 가정적 사랑을 올바르게 받고 자라지 못한 어린이는 성격과 행동 기준이 비정상화 되어,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학교 교육은 지, 덕, 체, 예, 기 등의 전인(全人)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이긴 하지만, 교육의 실제에 있어서는 상급학교 입학시험에 중점을 둔 지식과 직업 기술교육에 편중된 경향이다.    그러나 가정교육은 자애로운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할 수 있도록 인간 다운 지혜와 덕을 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녀의 행복을 도모하고 인류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보장하는데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은 자녀의 개성을 평준화 시킬 수는 없다. 자녀의 개성 교육은 각 가정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풍과 가훈,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방침, 경제적 수준, 가족구성의 수, 사회계층의 차이 등 자녀들은 이러한 가정환경에 따라 성격 특징에 차이를 보여 줄 수 있도록 그들의 개성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가정교육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적 역할의 차이에 주안(主眼)하여 서로 보상적(補償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녀를 향한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은 다 같이 사랑을 본질로 하지만 자녀에 대한 교육적 작용은 서로 보완(補完)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자녀를 사랑하되 자녀가 정의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때로는 엄하고, 강하고, 규율 있는 교육적 의지를 보여야 하며, 어머니는 자녀가 너그럽고, 여유 있으며 유연한 성격을 갖도록 따뜻하고 포용적인 사랑을 주어서 보상적 혜택을 받도록 하면 보다 건전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신성한 교정에서 여교사가 아동을 살해한 사건이며, 시설에서 여생을 외롭게 마감하거나 자녀들의 시봉(侍奉)이 단절된 좁은 공간에서 종생(終生)을 맞는 등의 뉴스를 접할 때, 향유들이 세태를 한탄하면서 효를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정교육을 강조하는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가난하게 생활하였던 반세기 전에만 해도 자식들은 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는데, GNP 세계 6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지만, 자식들은 핵가족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으나, 더러는 그들의 노부모(老父母)가 외롭게 현대판 고려장(高麗葬) 플래트홈(platform)에서 구원행(九原行) 상여(喪輿)를 노자(路資) 한 푼 없이 기다리는 사례가 없지 않으니, 그 가련(可憐)한 모습을 누구에게 원망할 것인가. 가정교육 잘하여 선대가 물려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을 복원하는 것이 국가사회의 안정과 질서 있는 문화창달을 위한 가정교육이 지향해야 할 중핵적 우선 과제라 생각해 본다. 율곡(栗谷) 선생은 ‘학문지도무타 구기방심이이의(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라. 즉 학문의 도(道)는 다름이 아니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구하는 따름이라 하였으니, 자녀들의 품성을 도야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에 교육의 비중을 두고 잃어버린 동방예의지국을 찾는데 부모가 먼저 가정에서 관심을 가지고 시범을 보여야 그 마땅함을 얻을 것 같다(得其當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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