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론이 또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역시 재조정의 핵심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이 특정 지역에 고정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세계 어디든 비상사태 발생 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이런 방향으로 글로벌 군사전략 재편을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의 '임시 국가방위 전략 지침'이 눈길을 끈다. 최근 배포된 이 지침은 '중국의 대만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목표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만해협 위기 대응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최근 미 상원 외교위 공청회에서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의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해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미군을 한반도 밖의 비상 상황, 즉 중국과 관련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1953년 10월 주둔 이래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전쟁 기간 30만여명까지 증원됐다가 꾸준히 줄어 현재 약 2만8천500명 수준이지만 그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전쟁 억제력을 제공하고 유사시 미국의 자동 군사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이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견제하며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지키는 역할도 수행했다.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은 한반도 안보의 또 다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작전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확대되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이 국제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이 동원될 경우 한국 내 미군 기지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주한미군 역할 재편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는 것이 주한미군의 가장 큰 역할이고 그것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의 바람대로 되기를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