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전면적인 글로벌 통상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25%를 부과키로 하는 등 60여 개국을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 기본관세 10%에다가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13면)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히면서 전세계에서 무역 전쟁이 확대되고,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무역 입국'을 내세우면서 글로벌 통상 국가로 자리매김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철강에 이어 자동차(3일 발효), 상호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한미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미국과 새 무역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가적 리더십이 부재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이벤트에서 "오늘은 (미국의) 해방의 날"이라면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baseline) 관세를 5일부터 부과키로 했다. 또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선 기본 관세에다가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9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토대로 미국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상대국의 관세를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매겨졌다. 백악관은 이들 국가를 비호혜적인 관세, 무역장벽, 기술 장벽, 비과학적 위생 기준 등이 있는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했다.이에 따라 한국은 25%의 상호관세를 맞게 됐다. 다만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서는 26%로 표기돼 혼선이 빚어졌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국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관세로 부과했다. 한국 이외 국가의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다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인 USMCA를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철강 및 알루미늄(25%), 자동차(25%), 반도체 및 의약품(향후 발표 예정) 등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도 상호관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상호 관세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타격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적용돼온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가 사라진 데다가 일본(24%), 유럽연합(20%) 등보다 상호관세율이 높으며 캐나다·멕시코의 경우 상당수의 제품이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달러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이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는 3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반도체도 트럼프 대통령의 품목별 관세 대상에 오른 상태다.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2012년 공식 발효됐던 한미 FTA 체제도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