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수렴항은 동해안의 보석같은 미항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비록 규모가 작은 어항이지만 어업과 해양관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항구다. 수렴항은 임진왜란 당시 수군이 주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수영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가 훗날 ‘수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수렴항은 지난 2019년에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300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총 111억6000만원이 투입돼 항구 주변의 환경이 상전벽해를 이뤘다. 13m에 이르는 월파방지 시설이 설치되면서 태풍과 해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게 됐고 관성해변과 연결하는 보행교를 신설해 관광객 유입이 증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해양레포츠 체험장이 조성돼 수상레저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에서 지금은 전통 어촌과 현대적인 시설이 조화를 이루면서 해양레저와 자연경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경주시 양남면에서 가장 안정되고 주민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마을로 거듭났지만 수렴리는 오랫동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렴항이 위치한 수렴1리는 147세대 26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인근의 다른 마을과 달리 외지인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외지인들이 양남면으로 유입된 데에는 인근 대도시인 울산과의 거리가 가깝고 전원주택을 지을 땅이 넓기 때문이지만 수렴1리는 지형이 바다에 인접해 길게 이어져 있어 외지인이 주거지로 삼기에는 적당하지 않다.수렴항의 주민들은 주로 어업 종사자들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고기잡이 도구들이 현대화되지 않아 어획량이 적었고 값도 싸 수입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운송 차량과 도시로 연결되는 도로시설이 열악해 마을사람들은 고기잡이로 살아가기에 여간 고달프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설진일 양남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양남면에서도 가장 가난했던 마을이 수렴마을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농사지을 땅이 없었던 수렴리는 농업이 발달했던 다른 마을에 비해서 살기가 어려웠다”며 “그러나 인근의 대도시인 울산이 크게 발전하고 어업 장비가 현대화되면서 소득이 늘어났고 한때는 40여 가구가 횟집을 운영할 정도로 현금 회전이 원활했던 마을이 돼 양남면에서 비교적 잘 사는 마을로 변했다”고 말했다.설 회장은 “여기에 어촌뉴딜300 사업이 추진되고 나서 단순한 어촌마을이 이제는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는 단계”라며 “앞으로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더욱 구축된다면 관광과 연계된 어촌마을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50여년 전 제대로 된 어항 규모를 갖추지 못했고 겨우 고기잡이배만 건사할 수 있을 정도의 열악한 환경에 삼시세끼 끼니를 떼우기 어려울 정도였던 수렴항의 모습은 과거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가난한 풍경이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보퉁이에 이고 외동읍이나 경주시내로 내다 팔아도 겨우 쌀 한 됫박을 바꾸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에는 ‘수렴에는 딸을 시집 보내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그러다가 울산이 공업도시로 성장하면서 판로가 울산시장으로 넓어졌고 수렴항에서 잡은 생선들이 울산의 위판장에서 팔리면서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또 울산의 근로자들이 수렴항을 찾아와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어부의 집에서 직접 회로 만들어 팔면서 횟집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수렴항의 주민들 경제사정이 차츰차츰 나아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설진일 회장은 수렴항이 양남면에서 가장 살기좋은 마을로 거듭나게 된 이유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악착같이 일하고 근면 검소하게 열심히 산 덕분이 가장 큰 이유”라며 “이후 어항이 조성되면서 어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사고도 많이 줄어들었고 횟집의 장사가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렴항은 소형어선 31척이 있다. 마을 어민들의 소유다. 어항의 규모로 봐서는 선박이 많은 편이다. 수렴항에서는 봄부터 여름까지 바다장어와 성대, 가자미가 많이 잡힌다. 8월부터 9월까지는 삼치가 제철이고 겨울에는 잡어가 잡혀 1년 내내 조업이 가능하다. 소형어선으로 조업하는 어민들은 약 60명 정도지만 이들의 평균연령이 60대 중반을 넘어 수렴항의 어업도 대가 끊길 가능성이 크다. 40~50대 어민은 4~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수렴리 어촌계는 31명의 계원으로 이뤄졌다. 공동어장에는 전복, 해삼, 미역, 소라 등을 기르고 있다. 전복은 연간 400㎏, 해삼은 800㎏, 미역은 30톤, 소라는 1톤 정도 생산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생산량이 절반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해양환경의 변화에도 이유가 있지만 레저활동이 널리 보급되면서 다이버들이 공동어장을 침범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렴항이 있는 수렴리 바다는 경주 바다 중에서도 백미로 손꼽힌다. 수렴항은 관성해변과 연접해 있으며 경치가 빼어나 특히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몰려든다. 특히 수렴리 관성바닷가 해안선은 솔밭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최근 오토캠핑장으로 여름밤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수렴항의 랜드마크 격인 ‘황새바위(군함바위)’는 일출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섬 같은 검은 바위들은 항구를 에워싸고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바위들은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군락을 이룬다. 이 바위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바위들로 황새들이 자주 찾아 ‘황새바위’,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바위’라고 불린다. 김일성 수렴리 어촌계장은 수렴항이 온전한 어항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고 했다. 김 계장은 “아직도 남서풍이 세차게 불면 소형 어선들이 항구에 정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렴항 바깥쪽에 테트라포드를 설치해 어선이 항구에 안전하게 정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 계장은 “수렴항의 관광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지만 주차장이 협소해 애로를 겪고 있다”며 “주차장 확충, 마을 뒤쪽의 장기 발전 계획을 세운다면 울산과 경주를 잇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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