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긴 터널을 비로소 지났다.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국내외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당장 안보가 걱정이다. 4일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일부가 중동 지역으로 순환 배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한미군 패트리엇 미사일은 PAC-2와 PAC-3 모델을 혼합한 12개 포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미가 이 중 최소 1개 포대를 옮기기로 합의했다고 한다.국가 최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 측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을까 싶다. 패트리엇은 오산과 평택 등지에 분산 배치돼 적의 탄도미사일을 중·저 고도에서 요격하는 지대공미사일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THAAD)와 함께 한미 방공망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이번 순환 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한미군 전력이 미군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재배치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미 국방부의 기밀 문건에서도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가능성이 거론됐다. 순환 배치가 일시적 조치라고는 하지만 대북 방공망에 작게나마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한국을 비롯한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에 나선 트럼프는 조만간 한국에 '안보 청구서'도 보낼 것이다.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도 있다. 늘 그랬듯 우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국가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이런 험난한 길에 국력을 모아도 힘겨울 판에 내부적으로 분열과 대립이 계속돼선 곤란하다.8년 만에 또 대통령이 파면되는 비극은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낳은 결과다. 광장에선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증오로 바뀌지 않도록 정치 지도자들부터 나서야 한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들도 분열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들과는 이제 과감히 결별하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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