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양남면 읍천리는 예로부터 동해의 어족자원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어촌마을이다. 신라시대부터 경주와 인접해 있어 왕경으로 수산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읍천리는 양남지역의 자연마을 가운데 가장 큰 마을이었기 때문에 읍내라고 불렀다고 하니 양남면의 대표마을 노릇을 했다.읍천리의 항구는 지난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양남면의 어항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국가어항으로 지정되면 항구의 운영을 국가예산으로 지원받는다. 항구가 개발되기 전에는 바다와 마을이 불과 3~4m밖에 떨어지지 않아 높은 파도가 칠 때마다 마을 깊숙하게 밀어닥쳐 주민들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태풍이 불면 온 마을 사람들이 마을 뒤 산으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항구가 개발되고 나서는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주민들은 항구가 만들어지기 전의 읍천마을은 매우 아름다웠다고 회상하고 있다. 나무를 패서 밥을 짓고 바다에서 해초를 건져 올려 죽을 쑤어먹던 옛 읍천의 소박하고 정겨움을 떠올리면 현재의 마을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마을의 원로 어부는 젊은 시절 잠수일을 하고 어선도 탔던 기억을 떠올렸다. 잠수해서 바다 밑으로 내려가 멍게, 전복 등을 잡았고 돛배를 타고 나가서 상어도 잡았다고 했다. 또 일제강점기에는 마을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 해초로 죽과 밥을 만들어 먹으며 연명했지만 해방 후에는 그나마 상어배도 타고 고기잡이 배에 올라 돈벌이를 하면서 사람 흉내 내면서 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읍천리의 주민들 80% 이상 어업에 종사하면서 살았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작은 목선으로 어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작은 배로 고기잡이를 하다 보니 큰 수입을 올리지 못했고 겨우 가족들 입벌이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판로도 다양하지 않았다. 경매제도가 없어 하루 서너번 왕래하는 비포장길의 버스를 타고 인근도시인 울산의 시장으로 직접 수산물을 팔러 다녔다고 한다.국가어항으로 지정되고 나서 방파제 공사를 세 번 하고 중대형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그리고 수협의 위판업무가 활성화되면서 판로도 다양해졌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경제사정도 나아졌다. 읍천리에는 38척의 중소형 어선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어항이다 보니 외지의 어선들도 정박한다. 38척의 어선이 있지만 선주들이 나이가 들어 8척은 항구에 정박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읍천어촌계는 24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마을 공동어장에서는 전복과 해삼, 소라, 미역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물량은 미미한 편이다. 물질하는 해녀들이 고령화되면서 해녀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영향이 가장 크다.
읍천항에서 잡히는 어종들은 삼치, 도다리, 광어, 우럭, 참가자미 등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도시어부’ 촬영지로 삼치 낚시의 명소로 소개되면서 전국의 낚시꾼들이 삼치 낚시를 하기 위해 읍천항을 찾아오고 있다.2012년부터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활어직판장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읍천항과 가까운 감포항과 울산 북구 정자항의 활어직판장은 크게 성업 중이지만 읍천항은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감포항과 정자항의 직판장은 규모가 크고 시설도 개선됐으며 주변의 볼거리도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읍천항의 활어직판장이 널리 홍보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읍천항 어촌계는 읍천항에서 생산되는 전복과 미역 등 수산물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포항지원에 안전성 조사를 의뢰해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어촌계는 직판장 활성화를 위해 또 다른 노력도 기울였다. 읍천 어촌계 활어직판장 환경개선사업이 올해 한수원의 사업자지원사업에 선정돼 3000만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낙후된 직판장의 시설을 개선하고 환경을 가다듬는다면 직판장이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삶도 지금보다 더 넉넉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읍천항이 전통적인 어촌마을에서 동해안의 관광거점으로 부상한 것은 2009년부터다. 읍천항에서부터 진리마을까지 파도소리길을 따라 1.7㎞에 걸쳐 길게 분포된 양남면 주상절리는 2009년 주변의 산책로와 편의시설을 가다듬고 정식 개방됐다. 그 후 주상절리에는 경주에서 대릉원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할만큼 중요한 해양문화자원으로 떠올랐다.
주상절리가 개방되기 전까지는 외지에서 전입오는 인구가 거의 없을 정도였던 읍천항에는 차츰차츰 주상절리라는 관광자원과 연계한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는 젊은 외지인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15년 전쯤 경주시가 읍천항에 벽화마을 시범사업을 했다.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어민들의 삶과 해녀의 모습, 갖가지 해산물, 전통민속 등을 벽화로 장식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세월이 지나 벽화가 낡아 그 흔적이 지워졌다.김월곤 읍천1리 이장은 “주상절리를 품은 읍천항에 전국의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다향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며 “어촌마을에서 관광지역으로 발전해야 주민들의 삶이 한층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목표에서 벗어나 주민이 주도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지, 이를테면 읍천항이 할 수 있는 체험형 어촌 관광지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국 읍천 어촌계장은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많이 정돈된 항구지만 아직도 자연재해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이 점에 대해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계장은 또 “조용하고 평화로운 전통 어촌의 정취를 지키면서도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읍천항을 만들어 읍천항이 동해안의 으뜸가는 어촌마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