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한 대행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대안론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당의 이런 움직임은 늘 있던 일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을 거쳐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보수정당은 큰 선거를 앞둘 때마다 거물급 외부 인사를 영입해 승리를 노렸다.김영삼 정부에선 총리 출신 이회창이 대선에 출마했고, 이명박 정부에선 총리 출신 정운찬·김황식이 박근혜에 대적할 친이명박계의 잠룡으로 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외교관 출신 반기문 영입론이 불었고, 야당 시절인 2020년 총선에는 총리 출신 황교안이 선거를 지휘했다. 2022년 대선에선 검사 출신 윤석열이 영입됐고, 지난해 총선에선 역시 검사 출신인 한동훈이 총선을 지휘했다. 그러나 외부 수혈의 결과는 참담했다. 윤석열이 그나마 성공 케이스인데, 거대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대한 검찰식 정국 운영과 비상식적 비상계엄 조치로 탄핵당했다.한 대행을 두고 여권에선 그의 오랜 국정 경험과 야당 공세에 맞선 강단 있는 모습이 강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한 대행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영남 정권 시절 한 대행이 호남 출신임을 숨겼다는 논란에도 기대감이 적잖다. 한 대행이 출마하면 전라권의 지지율이 현재 10%대 초반에서 적어도 25% 내외로 뛰고 수도권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호남 원적 출향민들도 술렁일 것이라는 계산법이 작동하고 있다. 한 대행의 경쟁력은 차치하고 보수가 외부에 눈을 돌리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여권은 재신임을 묻는 대선에서 매번 정당 경험이 일천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세우려 하고 있다. 정치 도의를 떠나 보수의 가치에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보수는 매번 외부에 기대는 습성을 버리지 못할까. 당내 인사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패배 의식이거나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권력 지상주의의 발로일 텐데, 어떤 것이든 보수의 자세에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쯤이면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때 아닌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