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면서 국내 유통업과 중소 제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막히면 막대한 저가 재고 물량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어 국내 소비 시장 전반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2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중국에 대해 104%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효한 데 이어 최근에는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부터는 미국으로 향하는 소액 소포에도 120%의 높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관세 폭탄으로 그동안 미국 소비시장을 잠식해온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실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관세 전쟁에 대응하고자 일부 중국산 상품 주문을 취소했다.지난해 미국 세관이 처리한 중국산 면세 소포는 전체 14억개의 60%에 달한다.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국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 테무와 쉬인도 벼랑 끝에 선 모양새다. 테무와 쉬인은 오는 25일부터 물건값을 올리겠다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지하고 광고비를 줄이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섰으나 판매량 급감에 따른 영업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국내 유통업계도 미국행이 좌절된 막대한 중국산 상품이 어디로 향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제조·유통사가 미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아 나선다면 한국을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저가 상품이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세계 5위 규모의 온라인쇼핑 시장 등이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자리 잡은 중국계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의 존재도 부각된다. 중국이 덤핑 물량 공세에 나선다면 그 창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912만9000명으로 종합몰 중 쿠팡(3361만8000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테무는 830만7000명으로 4위다.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 차가 있겠지만 중국이 쌓인 재고를 소진하고자 알테쉬를 내세워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덤핑 공세를 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이미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상품이 확보한 저변은 탄탄하다.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발 해외직접구매(직구)액은 7억8600만달러(약 1조11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7억500만달러·약 1조43억원) 대비 11.5% 늘었다.해당 기간 전체 직구액이 14억2100만달러(약 2조244억원)에서 13억5800만달러(약 1조9346억원)로 4.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이에 따라 전체 직구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9.6%에서 57.9%로 높아졌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올해 1분기 중국으로부터의 직구 건수도 3248만6000건으로 지난해 1분기(2891만9000건)보다 12.3% 증가했다.이런 상황에서 관세 전쟁 여파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가속하면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제조업은 물론 토종 이커머스 업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중국과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품 관세 격차를 악용한 원산지 허위 기재가 성행할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산 상품이 한국을 경유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이른바 '택갈이'(태그 바꿔 달기)를 해 미국으로 수출되면 국내 중소제조업이 추가로 피해를 볼 수 있다.관세청도 이런 점을 우려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상품의 원산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나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유통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그에 따른 부담은 다시 소비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업계가 중국산 상품이 비정상적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상황을 고려한 선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