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봄, 동장군의 찬바람을 이겨내고 억겁의 세월이 그래왔듯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활력의 계절이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던 봄바람이 언제부턴가 건조한 날씨와 변덕스러운 강풍으로 바뀌면서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이라는 동전의 양면처럼 마주하게 되었다.2022년 울진대형산불의 아픈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5개 시·군을 거치면서 건국이래 최대, 최악의 산불이 되었다.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인간의 부주의함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이고 대한민국을 산불이라는 공포로 몰아넣은 국가재난이었다.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이번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342배에 달하는 9만9289ha의 산림 피해를 입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피해지역은 처참했다. 
 
산불로 인해 삶에 터전과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3509명이 발생했고 주택 4458채가 피해를 입었다. 사유시설 피해액은 5090억원, 공공시설은 6216억원으로 집계 되었는데 이중 산림피해가 5,831억으로 94%를 차지 하고 있다.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된 산불은 의성에서 영덕 해안까지 가서야 멈췄다. 산불 대형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와 예측 불가능한 강풍과 돌풍이 주원인으로 나타난다. 
 
예전에 비해 울창한 산림과 탄소량의 증가로 인한 산성화, 낙엽과 같은 지피 연료물의 증가, 비산화의 주범인 소나무와 같은 산림내의 연소물들은 봄철 산불대형화를 부추긴다.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일제 치하의 산림수탈과 6.25 전쟁으로 민둥산으로 변해 버린 산림을 치산녹화를 바탕으로 반세기에 걸쳐 울창한 산림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산불은 오랜 세월의 노력과 열정, 헌신으로 이루어 낸 숲이라 해서 봐주지 않는다. 불길 닿는 곳, 탈 수 있는 연소물이 있다면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앞으로 산불 대응 체계를 산불 대형화에 맞춰 개편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각고의 반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력과 장비,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것은 국가에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는데 대부분의 산불이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입산객의 실화, 영농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 주택화재가 산불로 확산되기도 한다. 
 
또한 산림인접지에서 용접을 하거나 예초기를 돌리다가 예초기 날이 부딪치면서 생긴 불꽃에 의해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두가 인간의 부주의로 시작된 재난이며 재앙이다.이제 우리는 ‘설마’, ‘이 정도야’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산불은 예방만이 최선의 길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산림에 대한 배려이며 공존하는 길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단순히 낙엽과 풀, 나무만 타는 것이 아니라 흙 속의 작은 미생물부터 숲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수 많은 동식물들의 자연생태계가 타서 없어지는 것이다.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던 자연의 정화 기능은 마비되고 토양 유실과 수질 오염 등 2차적인 환경 문제까지 야기된다. 이와 더불어 산림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의 보금자리와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산불이라는 단어에 경각심과 위험을 자각하고 산불조심이 아니라 산불금지라는 마음가짐과 실천을 생활화해야 할 시점이다.우리들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야 숲을 지키고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수 있다. 더 이상 타고 그을린 산림을 보며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산불금지를 외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 중에 가장 큰 선물은 온전히 보전되고 울창하게 펼쳐진 녹색 산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