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 백제 최고 장인이 만든 칠지도(七支刀)가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 한국과 일본의 교류사를 밝힐 열쇠로 꼽히는 칠지도는 일본 나라(奈良)현 나라국립박물관이 개관 130주년을 맞아 공개한 특별전 '초(超) 국보 - 영원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전시품 중 하나로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6월15일까지 이어지는 박물관 전시에 나온 건 2015년 규슈(九州)국립박물관 이후 약 10년 만이다. 나라국립박물관 측은 "백제 왕실이 왜(일본)왕을 위해 제작한 것"이라며 "1600년의 시대를 넘어 한일 교류 실태를 알리는 경이롭게 소중한 유물"이라고 소개했다.칠지도는 '7개의 가지가 달린 칼'이라는 이름의 유물이다. 나라현 덴리(天理)시의 이소노카미 신궁(石上神宮)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칼은 1874년경 그 존재가 학계에 알려졌고, 1953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됐다. 오래전부터 신성한 신물(神物)로 여겨온 유물은 발견 당시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으나, 녹을 제거하던 중 칼 몸체의 중앙 부분에 금빛으로 새긴 글자가 드러나면서 주목받았다.총 74.9㎝ 길이의 칼 앞면과 뒷면에 새긴 글자는 60여 자, 일부는 읽어내기 힘든 상태다. 예컨대 제작 시기를 유추할 수 있는 '태○사년 ○월 십육일 병오'(泰○四年○月十六日丙午), 뒷면의 '백제왕세'(百濟王世) 다음 글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 고대 사료 데이터베이스(DB)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면) 태화 4년 ○월 16일 병오 한낮에, 백번이나 제련한 철로 칠지도를 만들었다. 온갖 병해를 물리칠 수 있으리라. 공손한 후왕에게 주기 알맞다. ○○○○가 만들었다.' '(후면) 선세 이래 이런 칼은 없었다. 백제왕이 세세토록 특별히(각별히) 성음을 내었기에 왜왕을 위하여 훌륭하게 만들었다. 후세에 전하여 보이도록 하라.'일본의 역사·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을 모은 전시에서 칠지도는 특히 빛난다. 박물관 동·서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국보 112건, 중요문화재 16건 등 총 143건이 출품됐는데 칠지도는 전시 말미 단독 진열장에서 소개된다. 박물관 측은 전시 안내 전단 등에서 칠지도를 주요 유물 중 하나로 소개했고 "국제 교류의 실태를 전하는 매우 중요한 칼로 그야말로 초국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전시장 벽면에는 일본 고대사 연구자인 요시다 아키라(吉田晶·1925∼2013)가 2001년 펴낸 책 '칠지도의 수수께끼를 풀다'에 실린 명문 판독과 해석을 인용해 소개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칠지도를 주요 유물로 다룬 이유와 관련해 "칠지도는 4세기대 최고의 금속 가공 기술이 구사된 종합 예술품이자 백제와 왜의 긴밀한 관계를 표상하는 대표적 유물"이라고 해석했다.박물관 측이 '지금까지의 전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보전'이라고 자부한 전시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전시를 시작하는 관음보살 입상이 대표적이다. 나라현의 사찰인 호류지(法隆寺)가 소장한 이 불상은 '백제관음'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스카 시대(592∼710)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1951년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늘씬하게 쭉 뻗은 몸체와 균형 잡힌 비례로 '동양의 비너스'로도 불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상을 한 바퀴 돌면서 뒷모습까지 볼 수 있다.평소 보기 힘든 유물이 대거 나왔다는 소식에 국내 학계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국내 한 박물관 관계자는 "칠지도가 몇 년 만에 실물로 공개된 데다 볼 만한 유물이 많다는 소식에 전시를 보러 간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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