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赫赫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오오 봄이여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너의 꿈이 달의 行路와 비슷한 回傳을 하더라도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오오 人生이여재앙과 불행과 格鬪와 청춘과 千萬人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 같이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節制여나의 귀여운 아들이여오오 나의 靈感이여 -김수영의 시, '봄밤'
 
 
김수영 시인이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세상에 충격을 주고 떠난지 벌써 57년이 흘렀다.백년에 하나 날까 말까 하다는 한국 문단의 놀라운 시인 김수영!나는 최근에 지금도 살아 있는 시인의 아내(김현경 여사)가 쓴 <김수영의 연인>을 읽었다.
더는 내 기억 속에 늙지도 않은 당신, 기억 속의 당신은 48세의 모습으로 정지해 있는데 저는 이렇게 지독한 사랑의 화살을 꽂고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쓰던 테이블, 의자, 하이데거 전집, 손때 묻은 사전과 손거울까지…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부르던 말들, 보석같은 아내, 애처로운 아내, 문명된 아내… 당신보다 반세기를 더 살고 있는 내 인생은 결코 허무하지 않습니다.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말라,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아들이여 나의 영감이여...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고 메미가 우는 아름다운 봄밤에… 시인은 아들에게, 혹은 친구에게, 혹은 애인에게 주는 말인 듯, 계속해서 "결코 서둘지 말라고 간절한 목소리로 절규한다" 그렇다 인생은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당황해서 될 일도 아니다.
절제하고 넉넉하고 침착해야 하는 삶이 소중한 삶이다. 봄밤에 귀중한 인생의 진실 하나를 시인은 절규하고 있다. 새들이 울고 꽃잎이 흐드러지는 봄밤에… 봄밤의 선물같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