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이 싱겁게 끝났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다. 경선 시작부터 떠돌던 한덕수 차출론은 경선이 끝난 후에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훌륭한 후보들이 4강전에 진출하지 못하고 밀려나면서 인재를 잃은 국민의힘은 출발부터 삐걱했다.
당초 경선 참여를 준비하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경선을 포기했다. 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이 떠난 자리에 한동훈을 영입했으나 지난번 총선에 때 참패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는 험한 꼴을 당했다. 
 
오세훈이란 인물은 대선 때가 되면 등장한 쓸 만한 장수인데 스스로 대선 트랙에서 내려왔다. 링에서 힘겹게 격투를 벌인 8남매도 4명만 남고 뿔뿔이 흩어졌다. 국민의힘은 경선 최종 주자와 민주당 주자와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본선에서 주자 교체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만약에 영입 인물로 대선에 임하게 될 경우 한국 보수정당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하다. '이재명 천하'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 바람이 불면서 경선 참여자들의 사기를 꺾어놓았다. 한 대행을 구세주로 모시려는 움직임은 그가 윤석열 정권 출범부터 총리로서 야당의 탄핵에도 헌법재판소에서 살아난 검증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탄핵 됐더라면 자칫 윤 전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뻔했다. 다급해진 국힘은 대선 승리를 자신들이 당에서 쫓아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아우르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완성한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한덕수는 절대로 대안이 안 된다는 여론도 있다. 국힘이 한덕수를 차출하려는 것은 국힘 고정표에다 한덕수의 중도 표를 합치면 혹시 이재명을 이길지도 모른다는 희망 회로 때문일 것이다. 한덕수가 끌어올 중도 표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다. 한덕수를 넣어 돌리면, 그만큼 김문수, 홍준표 등의 지지도가 떨어진다. 한덕수가 새 표를 끌어오는 게 아니라 김, 홍의 표를 갉아먹는다는 뜻이다. 한덕수가 들어오건 말건 국힘 계열이 얻는 표의 합은 같다는 거다. 한덕수의 시너지 효과는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지금 정가에는 '홍덕수(홍준표+한덕수), 김덕수(김문수+한덕수)'란 말이 떠돈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민의 반응이 아직 시원치 않다. 국힘은 대통령이 탄핵 되고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인재를 잃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누가 주자가 되든 대통합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