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이재명'으로 밋밋하게 흘러가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홍준표·한동훈 후보 간 '외모 정치' 공방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홍 후보가 1차 TV토론에서 청년들이 물어보라고 했다면서 "키도 큰데 왜 키 높이 구두를 신느냐", "생머리냐, 보정속옷을 입었느냐"고 선수(先手)를 쳤고, 한 후보는 "유치하다"고 말하고 측근이 "눈썹 문신 1호 정치인"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인의 외모는 금기에 속한다. 전두환 정권 땐 '각하'의 심기를 고려해 KBS가 대머리 배우 박용식의 출연을 금지한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권에선 황교안의 머리에 항간의 시선이 쏠렸다. 공인에 어울리지 않는 풍성한 헤어스타일을 고집한 탓이었다. 황교안은 법무장관과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야당 대표에 오르고 나서도 답답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다 단식투쟁 돌입과 함께 삭발을 감행하며 의문을 날려버렸다. 황교안이 삭발로 빡빡한 머리카락 모낭을 드러내자 언론은 그제야 헤어스타일 관련 기사를 내보낼 수 있었다.미국의 경우 정치인의 외모는 언론이 비중있게 다루는 뉴스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대머리 시비를 털어내야 했다. 그가 가발을 썼다는 주장이 확산하자 트럼프는 인기 TV 토크쇼에 출연, 진행자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라고 하는 등 정면 돌파 했다. 이후에 모발이식술을 받았다는 의문이 나오자 탈모 방지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남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복용한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홍준표·한동훈 후보 간 외모 공방을 보면 홍 후보의 질문이 B급 정치니 정치적 도리에 맞느니 하는 논란은 차치하고, 이번 소동은 지도자의 외모를 정치 전면으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실 미디어 권력의 무게추가 레거시 언론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마당에 정치적 금도, 성역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가 된 느낌이다. 요즘 2030 세대의 언어인 '현타'(현실 자각 시점)가 왔을 한동훈 캠프는 물론이고 여야 각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팀의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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