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현주의 봄은 바야흐로 무르익었다. 코발트 블루와 화이트 배색의 ‘청색 시리즈’에선 일체의 여타 색을 배제해 더욱 청신하게 봄을 해석했다.   이현주 작가의 개인전 ‘천상의 화가 리 탄지’가 오는 27일까지 경주문화관1918(구 경주역)에서 열린다.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준비한 대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담은 근작 500호와 300호 등 대작들도 공개된다. ‘청복산수’ 등 일명 청색 시리즈를 선보이며 ‘날개짓’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시리즈로 명명한 크고 작은 작품들을 30여 점 펼쳐보인다. 전시의 대표작은 두 폭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매화를 담은 작품과 세 폭에 걸쳐 산수의 흐름을 담아낸 대작이 시선을 장악한다. 짙푸른 배경 위에 야수처럼 표현한 강렬한 꽃들의 군무는 단순한 조형을 넘어 이 작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열정적 에너지의 구현에 다름없다.  대학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 작가는 동서양화 구도와 명암 등에 대한 기본기가 충실한 그간의 작업들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겼다. 거침없는 그의 작품 제작과 전시 행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에너자이저의 면모를 지녔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가 ‘천상의 화가’라 불리는 것엔 폭발적인 열정과 재능에 연유한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동양화적 감수성과 기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서양 화법을 융합해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완성했다.   언뜻 전통적 동양화의 운필이 떠오르는가 하면 서양의 재료 즉, 캔버스에 아크릴, 유화 등을 구사한 '회화' 작업을 구현하는 것이다. 사군자 중, 가장 이르게 봄을 타전하는 매화는 정신성의 상징인 푸른색을 배경으로 현란하리만치 고혹적 자태를 뽑낸다. 다층적 면 위에 툭툭 불거지듯 물감을 덧입혀 마치 매화 속 암술을 도드라지게 표현한 것처럼 입체적이고 도발적이다. 그런 장치덕일까. 그의 회화는 다시 모던해졌다. 다양한 청색의 층위에 원색적이고 강렬한 매화와 벚꽃, 목련은 화려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여야겠다는 기운생동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는 최근 남편을 잃은 처연함을 극복하는 자기 암시적 부호로도 읽힌다. ‘날개짓 시리즈’에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작가가 광명의 세계를 알고 싶은 욕망이 소용돌이친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먹을 갖다 부었다’고 할 정도로 강렬하다. ‘날개짓’과 ‘청복산수화’ 시리즈는 대작 위주로 제작해 내년, 미국 플로리다 아트페어 등에 출시할 예정으로 기획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작품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정형성에서 벗어나고 싶었죠”라고 전하는 그의 향후 작업 방향은 자가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하니 천상 리버럴하기 이를 데 없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대목이다. 그의 작품은 서양화와 동양화에 대한 경계가 없다. 터치하고 들이붓고 뿌리고 말려, 진하고 연하게 나타난 형태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탄지(彈指)’라는 그의 호처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한 순간, 바로 그림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러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사 간 이들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고 부적 같은 역할을 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이현주 그림에는 강렬한 신기가 있다’며 영험한 기운이 넘치는 그의 작품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성공과 화평, 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그림이라니 이번 전시에서도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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