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육군특수전사령부 대대장의 마지막 법정 진술이 군 안팎에 울림을 준다. 그는 "23년의 군생활 동안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게 한 가지가 있다"면서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해왔다"며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고 했다.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이다.그는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데는 김 대대장같은 영관급 장교들의 힘이 컸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도 그 중 한명이다. 조 단장은 재판에서 "군에 명령은 굉장히 중요하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거듭 소신을 밝혔다.12·3 비상계엄은 45년 만에 또다시 군에 '계엄군'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주요 장성급 지휘관들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부당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복종해 군의 명예와 자존심을 실추시켰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국방장관에 예외없이 예비역 장성이 임명됐다. 군대에 인연이 있는 장성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다 보니 이번처럼 '충암파'니 '용현파'니 하는 인맥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일까지 가능할 수 있었다.문민통제 시대에 군 출신 인사를 국방장관에 앉히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강건작 예비역 중장은 저서 '강군의 조건'에서 순수 민간인 출신으로 국방장관을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예비역 장성 출신을 국방장관에 임명할 경우 전역 후 최소 10년이 지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유럽에서는 군경력이 없는 민간인이나 여성들도 국방장관을 한 지 오래다. 이번이야말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확실히 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그 출발은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이 될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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