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언어라는 수단으로 시작된다. 이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이 단 한 개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것보다 더 편리한 일도 없을 것인데, 불행하게도 이 조그만 행성 위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런데 이 지구촌 주민들의 언어가 이렇게도 번잡해진 이유는 명확한 것 같다. 그러니까 특정 국가와 국가 간 혹은 특정 지역과 지역 간의 언어가 달라진 이유는 오직 공간 단절이 그 원인으로 보이는데, 달리 교통수단이 없던 원시 시대에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지점에서 반경 수 십 키로도 채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따라서 동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끼리만 통용될 수 있는 언어가 독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바, 그 예로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는 섬마다 각기 다른 언어를 쓰기 때문에, 한 국가이지만 수 백 종류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또 뉴기니에도 가보면 역시 부락마다 다른 수많은 언어가 있는데, 뉴기니라는 거대한 한 개의 섬이지만, 워낙 지세가 험하고 밀림이 깊어,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각 부락마다 그들만의 언어가 따로 만들어지지 않았나한다.근래에 전 지구촌을 1일 생활권으로 묶는 교통수단과 통신수단 덕분에 언어 역시 지속적인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후 수 천 년 혹은 그 이상 인류 문명이 지속된다면,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빠를 지도 모를 일이지만 결국에는 이 지구상의 언어가 하나로 통일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하기야 이미 컴퓨터 통신에 사용되는 코드체계(디지털 언어)는 거의 통일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이후 각 지역 간 언어 역시 지속적인 공유 어휘들이 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한 실시간 번역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우리 아이들을 지금 외국어 공부에만 몰두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언어란 따지고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전달을 위한 일종의 통신 프로토콜에 불과한 것이지, 언어 그 자체가 곧 지식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언어란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농사는 팽개쳐놓고 일 년 내내 농사를 짓기 위한 농기구 다듬는 데만 하 세월 몰두하고 있는 꼴이니, 지식도 지성도 없는 상표 인재들만을 양산하는 우(愚)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우리는 영어권 사람들에 비해 대단히 불리하다. 그들은 자국어만으로도 대부분의 지식 습득에 문제가 없고, 세상을 살아가는데도 별 지장이 없겠지만, 우리는 지식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국어를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불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 사람이 땅을 파기 위해, 한 개의 삽을 준비하면 될 것을 꼭 두 세 개 이상의 삽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많은 교육비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다.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반도체칩(CPU)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암기 기능밖에 없는 메모리칩을 만들다가, 그간 그 잘 나가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조차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 같은데, 육법전서를 암기하고 영어단어만 열심히 암기하는 교육은 이제 좀 그만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사고(思考)하는 능력과 인격을 심어주는 교육이 시급한 때가 아닌가한다.CPU와 Memory가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 소자(素子) 이듯이 창의력과 암기력은 전혀 다른 우리 두뇌의 기능이며, 지식과 지성도 분명히 구분되는 것임을 알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