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과도한 내신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내신 제도를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했지만 시험 압박 강도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된 전국 고1 학생들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학교별로 첫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이다. 앞서 정부는 학생들이 적성에 맞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에 맞춰 올해 고1부터 내신 평가체제를 5등급 상대평가로 바꿨다.기존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 그 다음 7%(누적 11%)가 2등급을 받았는데, 5등급제에선 상위 10%가 1등급을 받게 됐다. 그 다음 24%(누적 34%)는 2등급, 32%(누적 66%)는 3등급, 24%(누적 90%)는 4등급, 10%(누적 100%)는 5등급을 받는다.표면상으로는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어 상위권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10% 안에 들기가 체감상 더 어려워 '상위 등급을 받지 못하면 수시 지원이 벌써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한 광역시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수학 문제를 실수로 두 개 더 틀렸고 이번에 1등급을 받지 못할 것 같다"며 "이대로는 원하는 내신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이 시험 문항 오류를 지적하며 학교에 재시험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지혜 중등교사노조 사무처장은 "특히 학군지에서는 조금의 문항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도 늘고 있으며, 일부 학생은 변호사를 대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의약학계열 수시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모든 내신 과목에서 1.0등급을 받아야만 1차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기존 9등급제에서는 1.8등급을 받아도 의대·치대·한의대·약대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더라도 겨우 기본 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이다.종로학원은 전국 석차를 토대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 수시 지원 가능 내신도 기존 1.6등급에서 1.2등급으로, 서울권 대학 진학은 2.8등급에서 1.8등급으로 바뀔 것이라고 추정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중간고사에서 1등급을 놓치면 의약학계열이나 SKY 수시 합격 가능성이 작아지고, 2등급대가 많아지면 '인서울' 수시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종로학원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내신 등급과 연계된 과목은 1학년 때가 42.8%로 가장 많다. 2학년은 39.3%, 3학년은 17.9%로 줄어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신 압박감이 제일 큰 것이다. 황 사무처장은 "오히려 5등급제로 바뀐 이후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