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고향 하면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삶이 힘들 땐 더욱 부모님이 생각나고 고향이 그리워진다. 그러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고향 찾는 일도 줄고 그만큼 고향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어디든 정붙이면 고향이라고 마음 다잡고 산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엔 고향에 대한 사랑을 품고 사는 게 보통 사람들이다.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는 고향사랑기부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약 183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94억7000만원)의 2배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달 초대형 산불이 났던 영남지역 8개 지방자치단체의 모금액이 전체의 약 27%를 차지할 정도로 큰 폭으로 늘었다. 기초지자체 중에는 산불 피해가 컸던 의성군이 작년 1분기 대비 무려 22배나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고 한다. 산불에 몽땅 타버린 고향을 외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고향사랑기부제는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개인적으로 응원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자에게는 그만큼 세금 감면(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다. 일본의 고향 납세를 참고해 2021년 9월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됐고, 202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기부금이 사용될 사업이나 목적을 정하지 않고 기부하는 '일반기부'만 시행되다가 작년 6월부터 미리 정해진 자치단체의 사업을 기부자가 지정해 기부하는 '지정기부'가 도입됐다.최근에는 지정기부 사업이 지역사회에서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무의촌이나 다름없었던 전남 곡성군에서 다음 달 2일부터 소아과 상주 진료가 시작되는 것도 이 사업 덕분이다. 지정기부 사업 영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야구와 축구 등 지역사회의 운동부 지원 사업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비롯해 '낙상예방안전손잡이 설치'(충북 진천), '노인종합복지관 재활·돌봄'(전남 담양), '저소득노인시력찾아드리기'(경남 거창), '장거리통학청소년 아침 간편식 제공'(경기 안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다. 올 1분기까지 109개 지정기부 사업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고향사랑'이 하나씩 모여 일궈내는 작은 기적이 계속 확산하길 기대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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