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재들이 모국을 떠난다. 이공계 '탈한국'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수년 사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공계 인재는 세계 어디서든 통용된다. 일반 사람들이 범접하기 힘든 지식과 기술을 가졌다는 점에서 해외에서 환영받는 인재로 꼽힌다. 서울대와 KAIST 등 주요 대학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 기업과 대학이다. 우리 자산 석학들까지 왜 모국을 버릴까? 국내 이공계 인재 유출은 직군을 가리지 않는다. 연구하는 과학자부터 대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에 이어 최근엔 의료인까지, 그야말로 '이과'를 전공한 사람들은 전방위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특이한 상황'이다.    특히 영어에 능통한 인재가 늘어나면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한국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가진 과학자도 많다. 대학교수 등 과학자는 물론 반도체 엔지니어, 의사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 대학을 찾아 인재 채용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대학교수 A씨는 몇 해 전 미국 영주권을 획득했다.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하고 있는 A 교수는 내년엔 특정 대학에 정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영주권을 획득한 방법은 EB1A 비자다. '세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에게 미국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경우다.    한국 입장에선 AI 부문에서 국가적으로 기여할 만한 능력을 가진 AI 인재 한 명을 미국에 빼앗긴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재가 A씨뿐이 아니란 점이다. A씨는 "심지어 젊은 연구원들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민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인재 유출에 관심이 없다.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져들어 한 해 출생아가 한때 100만 명 이상에서 20만 명대로 급락하면서 총 과학기술 연구자 수마저도 줄어들게 불 보듯 뻔하다. 이대로 가다간 암울한 ‘정해진 미래’를 맞게 된다. ‘한국은 망하고 있다’는 일론 머스크의 경고는 인구 급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경고다.    석학들이 이 땅을 떠나는 걸 넘어 절대 인구수까지 줄어들면 한국 과학기술은 누가 발전시킬 수 있나. 미국이 20세기 들어 세계 초강대국이 된 건 전 세계에서 핵심 인재들이 미국 기업과 대학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뼈아픈 점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 분야 엔지니어들이 해외 취업과 정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데 있다. 과거 인재 유출은 주로 중국이 퇴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은퇴과학자를 모시기에 나셨는데 우리 과학자 탈한국은 불안한 정치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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