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발로 사라지는 근대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박정일 작가가 경주 감포에서 사라질 문화의 흔적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다.경주시 감포안길은 1925년 개항 이후 감포항의 중심지로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근대 건축물과 골목들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 그중 감포의 옛 지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하저장고는 수년전부터 ‘골목예술창고’로 쓰이고 있다. 최근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전시를 통해 감포에 남아있는 근대거리 골목의 문화를 한층 풍성하게 하고 있다. 감포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간, 이곳 ‘골목예술창고’에서 사진가 박정일 작가의 ‘Inner Fantasy’ 사진전이 3일까지 진행중이다. 
박정일 사진가의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일상들로부터 주변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조합과 특이한 논리의 내적 판타지로부터 시작된다. 주로 폐허가 된 장소, 기능이 정지된 사물, 그 속에 파묻힌 관계와 장소, 사물이 놓인 공간을 기록한다. 그는 “사라지는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면서 생성과 소멸이 하나의 연결된 선상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전하려 한다”고 말한다. 특히 순환으로서의 영원성을 인식하며, 최근 영덕 산불로 마을 전체가 소실된 ‘석리 마을’도 기록 중이다. 이번 감포 전시는 지금까지 사실에 기초한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 내적 상상력을 통해 언젠가는 그것이 현실화되고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관객에 전한다. 그는 이번 전시 대표작으로 ‘아틀란티스’를 꼽는다. 필름카메라의 다중촬영기법을 통해 해안을 거니는 부부가 사라진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만나는 상상을 관객에 전이시킨다. 이 작품에는 아픈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개항 100주년을 맞이한 감포가 희망의 100년을 맞이하면서 상상하고 희망하는 일들이 이뤄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어린 시절 꿈꿔왔던 상상의 세계를 내적 판타지의 갈망을 통해 결국은 피안의 세계로 전이시키려 했다”고 전한다.
엄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를 그리게 된다. 바닷가의 해안을 거닐며 전설의 사라진 도시 아틀란티스를 만나기도 하고, 밤의 빌딩 숲에서의 외계생명체를 만나는 상상,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러 가며 입었을 법한 유리 너머의 예쁜 의상들, 어린 시절 브라운관에서 보았던 삐삐 롱스타킹의 신비한 이야기를 만드는 타이프라이터 등이 그것이다. 현실 너머의 판타지를 갈망하는 그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꿈꾸고 갈망하는 것을 가시화하며 그 상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피안의 세계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며 또 다른 판타지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에 연유한다.포항 출신인 박 작가는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2019년 홍콩의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와 함께 극렬했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때부터 물리학자를 포기하고 사진작가로 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개인전 18회, 단체전 등에 다수 참여했다. 경부선과 호남선 개통으로 철도교통의 중심도시로 부상한 대전 소제동 100년 역사의 현장,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 조성으로 사라지는 바닷가 홍티마을, 경주 천북면 한센인 집단마을인 희망농원, 근대산업유산인 의성 성광성냥공업사 등도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 전국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