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을 것이며, 사지선다형(四枝選多型) 시험에 연필을 굴려도 정답을 맞출 확률이 25 퍼센트는 된다. 예언가는 항상 자기 예언이 적중되었을 경우에만 자신의 예지력(豫知力)을 자랑하듯이 무속인들 역시 자신의 예측이 틀린 부분은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신통력은 확률의 문제이자 우연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미시세계(微視世界)를 연구하는 양자물리학에서, 양자(量子)의 존재는 인정되지만, 양자의 위치는 절대로 확정되지 않고 다만 확률로만 존재한다는 학설을 참조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실체는 허상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뉴턴(Newton)’이 창안한 고전 물리학이 ‘아인슈타인(Einstein)’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지만, 근래에 와서 화두(話頭)가 된 양자역학(量子力學)은 그 유명한 아인슈다인의 탁월한 이론조차 불완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인바, 나는 과학이란 정답을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가장 근접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요 노력일 뿐이라 생각한다.이미 알려진 정답을 반드시 정답으로 요구하는 제도교육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의 사고(思考)를 제한하는 기존 학문의 패러다임은 인류의 지성적 진화를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미래 과학의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그간 우리가 고수해온 획일적 교육제도를 부정함과 아울러 정해진 정답만을 요구하는 전형제도(銓衡制度) 또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누가 동의할는지는 모르겠다.인가받은 성직자나, 신(神) 내림을 받았다는 무당이나, 학위를 받았다는 학자나, 특정 시험을 패스했다는 사람들의 탁월함을 믿는 것 자체가 모두 미신일 수 있기에, 근자에 와서야 그들의 민낯을 보고 새삼스러워 할 이유야 없지 않을까?가장 편협하고 무식해 보이는 자들이 나무망치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가장 반국가적인 자들이 국민을 향해 손을 번쩍 들고 다니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주관적 관점일 뿐임으로 행여 시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불과 수 세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주장을 진리로 받아들였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란 거대한 태양의 중력에 매달려 있는 한낱 초라한 혹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오늘날에는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역시 거대한 규모를 가진 은하계 내, 수 천억 개가 넘는 항성계의 일부분일 뿐이며, 빛의 속도로 가로질러도 수 만 년 이상이나 걸릴 상상초월의 규모로 보이는 우리 은하계조차 우주 공간에 무수히 존재하는 별들의 군집체(群集體)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그래봐야 아직 우리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규모를 겨우 인식하게 되었을 뿐이지만, 아무튼 물질의 궁극인 양자의 실체를 알고자 하고, AI의 지배를 두려워해야 하는 현 시대에 이르러, 아직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함직한 수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모습들이 얼마나 가관인가? 그러니까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는 고만두고 수신제가(修身齊家)부터 하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듯하니, 우선 지 코 밑이나 좀 알았으면 좋겠다.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특수함(Special)을 좋아하지만, 서양 사람들의 관점에서 스페셜이란 보통(General)이하를 분류할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이며, 군대에서 장병들을 지휘하는 장군(將軍)을 '제너럴'이라 호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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