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는 시대를 대변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세기 전이라 할 1950년대이다. 이 때 유행가를 면밀히 살펴보면 에로티시즘이 중요 모티브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1950년대는 6.25 사변을 겪었던 암울했던 시대다. 당시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전쟁으로 말미암아 초토화한 세상을 하루빨리 재건(再建)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때 인간 본능인 성을 은유한 노래를 부름으로써 당시 절망적이고 피폐한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자 했던 것은 아닐는지.    이게 아니어도 영화는 물론이려니와 미술, 조각, 심지어는 우리 고시조 및 민요에도 에로티시즘이 내재 된 게 많다. 시조 중 총 3천 3백 35 수 중에서 이를 표현한 게 무려 92 수에 달한다. 이중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대략 70여 수로 알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민요 또한 그것을 은유한 노래가 있다. ‘방아타령’과 ‘도라지 타령’이그것이다. 전래 민요인 ‘도라지 타령’을 1953년 나화랑이 맘보 곡으로 편곡, 개사하여 ‘도라지 맘보’(1953년)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것을 심연옥 가수가 불렀다. 이 노래 역시 가사엔 에로티시즘이 한껏 녹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 도라지 캐러 가자 헤이 맘보/바구니 옆에 끼고 헤이 맘보/봄바람에 님도 볼겸 치마 자락 날리면서/도라지를 캐러 가자 헤이 맘보/님 보러 가세 도라지 맘보/봄바람 불어오는 심심산천에/한두 뿌리만 캐어도 헤이 맘보/대바구니 차는 대로 헤이 맘보/한두 뿌리만 캐어도 헤이 맘보/봄바람 불어오는 심심산천에/ 한 두 뿌리만 캐어도 헤이 맘보/ 대바구니만 찬대요. 헤이 맘보<후략>’ 라고 하는 내용에서 은유화 된 성적 상징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노래 가사 중 ‘도라지’와 ‘대바구니’는 남녀 생식기를 은유 화 했다면 지나치려나. ‘도라지 캐러 가자’라고 하는 것은 남성을 의미하잖은가. 뿐만 아니라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찬다는 것은 남녀 음양 궁합이 잘 맞는다는 뜻을 암시 한다면 필자 상상력이 너무 돌발적인 것은 아닐는지. 어찌 민요뿐이랴. 1953년 대 당시 유행했던 백설희가 부른 노래 ‘첫사랑의 문’ 가사도 예외일수 없다. ‘달님같이 하나 뿐인 연분홍 꽃잎/ 심술궂은 비바람도 따지 못해요./ 허지만 그대에겐 첫사랑의 문을 열까요.’ 라는 부분에서 ‘연분홍 꽃잎’, ‘첫사랑의 문을 열까요’라는 가사는 남자에게 처녀성을 바치겠다는 의미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성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이렇듯 에로티시즘이 내재된 1950년 대 유행가이다. 이를 입 속으로 부르노라니 이 또한 인간의 무의식적인 성적 욕구를 한낱 대중가요를 통하여 발산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 없다. 에로티시즘이 용해된 유행가여서일까? 이 노래가 마음을 토닥여 주는 기분이다. 옛 노래지만 따라 부르노라니 순간 행복한 마음이 충만 했다. 이로보아 유행가는 사람의 마음을 위무해주는 힘을 지녔나 보다. 우울하거나 슬플 때 경쾌한 음악이나 노래를 들으면 금세 기분이 전환되잖은가. 그러고 보니 지난날 외설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게 문학 작품 만은 아닌 성 싶다. 다 아다시피 수 십 년 전 마광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판금 조치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었잖은가. 장르는 다르지만 그동안 유행가도 시대에 따른 정치적, 혹은 사회 정서를 이유로 금지된 곡들이 무수하다.    그 많은 금지곡 중에 1950 년대와 가장 근접하고 에로티시즘이 표출된 노래로써 1968년에 발표된 현미의 ‘총각김치’를 꼽을 수 있다. 이 노래는 은유 화 된 에로시티즘 때문에 가사가 부적절하다고 하여 금지곡이 되었다. 즉, ‘총각김치’라는 말 그 자체가 총각 물건(?)을 연상하게 해서였나 보다. 에로티시즘이 짙게 표현 됐다는 이유로 금지곡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노래 ‘총각김치’다. 이 유행가를 떠올리노라니 왠지 격세지감마저 든다. 현대는 어떤가. 오히려 남녀 막론하고 ‘섹시하다’라는 말이 ‘잘생겼다’, ‘예쁘다’라는 말보다 남녀의 외모 평가 잣대로 우선시 되는 세태이다. 그래서인가. 착각과 주착이라고 해도 괜찮다. 필자 역시 ‘얼굴이 예쁘다’라는 칭찬보다는 ‘섹시하여 매력 있다’ 이 말을 주위로부터 자주 듣고 싶은 이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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