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전쟁 61주년을 계기로 뒤돌아본 우리나라의 발전은 정말 눈부시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국가로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공신화를 우리는 일궈낸 것이다. 전쟁의 결과는 온나라를 초토화시켰고 450만명의 전쟁희생자와 1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미증유의 피해는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온갖 신고를 딛고 마침내 세계강국의 반열에 선 것이다. 반면 전쟁을 일으킨 북쪽은 우리와 체제를 달리하면서 폐쇄사회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결과, 61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의 빈곤국이자 이단아로 전락해 묘한 체제비교를 가져다 주고 있다. 그같은 비교우위는 민주주의라는 우수한 체제가 큰 몫을 했고 자유경제 체제가 뒷받침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힐러리 국무장관은 한미개발협약을 하는 자리에서 “내 인생에 한국의 성장을 본 것은 감동이었다”며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활기찬 민주주의로 성장해 지금은 우리와 대등한 위치에서 개발의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지금 세계를 향해 뻗히는 기운은 대단하다.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한류가 그렇다. 연예와 예능, 연속극, 노래에서 일기 시작한 한류는 최근 K-POP으로 극대화되고 있다. 한류붐은 음식에도 옮겨 붙었고 IT와 이 시대 모든 아이콘에서 열풍을 일어키고 있다. 세계 어느곳에 가든 한국열풍이 느껴지고 한국상품은 고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소득 2만불시대에 우리가 일궈낸 우리의 자화상이다.
경제적, 민주주의적 성장에 걸려오는 태클도 적지않다. 우선 6.25로 비롯된 분단의 고착화와 북쪽의 군사적 위협이 그러하다. 61년간 겪어온 일이지만 지금은 핵위협으로까지 악화됐다. 인근 국가들의 견제도 눈에 두드러지게 강해 졌다. 인터넷에서 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동북공정은 우리를 문화적으로 예속시키려 하고 기술과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를 경쟁의 상대로 대하고 있다. 아리랑을 자기네 것으로 만드는 지경이다. 혐한이 노골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한 흐름이다. 일본의 한국견제는 중국보다 더욱 심하다. 한류를 일시적 현상으로 폄하하고 과거, 일본에서 형성됐던 일본문화의 아류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본내에 불고있는 한류열풍에 긴장해 견제에 나서는 형국이다. 머잖은 장래에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을 것이라는 일본내 미래학자들의 경고를 그들은 한국견제의 이유로 삼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세계는 이제 우리를 책임있는 지구촌의 주요국가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역할을 요구하고 있고 부담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속을 들여다 보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소득 2만불에서 성장을 멈춘이래 좀처럼 앞으로 내닫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국민들의 복지요구는 눈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 복지를 들먹이지 않으면 외면당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내년 총선의 최대이슈는 복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심도있게 국가의 능력에 맞춰 진행되어야 할 복지가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편승할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를 같이해 정부에 대한 요구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득 2만불시대 우리사회의 흐름이다.
6.25전쟁 61주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지금쯤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에 요구하는 것보다 내가 할 일을 찾는 자세가 나라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힘이 될 것이다. 일본은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력수요가 피크를 이루는 7월부터 계획정전을 실시한다고 한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의 전력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효과는 벌써부터 발생, 일본의 전력피크는 오후 4시로 옮겨졌다. 전 국민이 나서 가장 더운 시간의 전력사용을 줄였기 떼문이다. 국가위기에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일본국민들의 모습이다. 6.25를 계기로 지금 우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보고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실천하는 각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변 린(객원논설위원.수필가)